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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명장 이정효 감독이 '숨은공신' 최용수-안정환을 언급한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2-10-05 17:06 | 최종수정 2022-10-06 14:24


광주 이정효 감독. 사진제공=광주FC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안정환, 용수형 고마워요."

2022시즌 K리그2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누가 뭐래도 광주FC 이정효 감독(47)이다. 감독 데뷔 시즌에 K리그2(2부)와 광주 구단 역사를 새로 쓰는 명장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역대 최단기간 우승을 달성한 그는 역대 최다승점에 이어 최다승 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이런 공로로 그는 요즘 부쩍 바빠졌다. 남은 K리그2 일정에서 신기록을 추가하겠다며 잔여경기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축하를 받고 답례도 하느라 몸을 두 개로 나눠야 할 판이다. 이 감독이 2022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제시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사비를 들여 팬들에게 줄 승격선물(맥북 2대)을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팬들께 보답할 선물 마련을 위해 시즌 개막때부터 적금을 들어 비용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 감독은 기쁨이 큰 만큼 주변에 나눠야 할 사람도 많다. 이런 가운데 이 감독이 빼놓을 수 없다고 언급한 고마운 인물로 눈길을 끄는 이름이 거명됐다.

한-일월드컵 스타 최용수 강원 감독(51)과 축구 해설가 겸 예능인 안정환(47)이다.

이 감독은 "정환이와, 최 감독님은 별 일 아닌 것으로 잊어버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초보 감독인 나에게는 정말 고마운 배려를 해 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과 안정환은 오랜 인연의 '절친'이다. 아주대 동기로 대학리그 최강을 이끌었던 둘은 1998년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 전신)에 나란히 입단했다. 안정환은 공격수로, 이 감독은 수비수로 끌어주고 받쳐주는 사이였다.


2018년 열린 2002년 월드컵스타들의 이벤트 친선경기 기자회견에서 담소를 나누는 최용수 감독과 안정환. 스포츠조선 DB

이후 이 감독이 부산의 '원클럽맨'으로 남고, 안정환은 해외에 진출하면서 몸은 멀어졌지만 '대학 친구-입사 동기'의 인연까지 멀어지지 않았다. 작년 말 이 감독이 광주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축하전화를 한 이가 친구 안정환이었단다.

유명세로 치면 축구-예능계 '대스타'인 안정환은 의례적인 축하인사로 끝나지 않았다. 친구의 감독 첫 시즌 준비를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하다가 최 감독을 끌어들였다. 안정환과 최 감독은 축구계에서 소문난 의리 선-후배. 안정환은 최 감독에게 부탁해 비시즌 훈련때 강원과 광주가 연습경기를 하도록 주선했다.

최 감독은 이 감독과 출신 학교, 소속팀도 달라 개인적으로 별다른 인연은 없었지만 안정환을 연결고리로 이 감독과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K리그에서 이미 성공해 본 최 감독이었기에 연습경기뿐 아니라 감독이 되면 선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노하우도 전수해줬다.

이 감독은 "감독이 처음인 나에게 최 감독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감독이 선수들과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스타일은 최 감독과 적잖이 닯았다. 이 감독은 스스로 "훈련과 경기 중엔 선수들을 엄하게 다룬다"면서도 사적인 시간에는 형님처럼 감싸는 지도력으로 '최강 광주'를 만들었다.

최 감독은 "이 감독이 외모로는 상당히 온화한 이미지던데, 그렇게 독한 면이 있었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초보 감독의 두려움,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외로움과 싸워야 했던 이 감독에게 두 축구스타의 잔잔한 배려는 큰 버팀목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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