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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서 이런 수비형태로는 김민재 두 명 있어도 못버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9-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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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괴물' 김민재(나폴리)가 복귀했지만, 수비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벤투호는 23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2대2로 비겼다. 2득점도 의미가 있지만, 더 눈 여겨 봐야할 것은 '2실점'이다. 벤투호는 지난 6월 A매치에서 수비 불안을 지적받았다. 브라질전(1대5 패)에서는 상대의 압도적 개인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해볼만한 팀으로 평가받았던 칠레(2대0 승), 파라과이(2대2 무)를 상대로도 빠른 역습에 고전했다.

코스타리카전도 마찬가지였다. 개선된 것은 없었다. 유의미한 변화 없이, 그대로 공격적인 전형을 들고 나왔다. 벤투호는 이날 4-1-3-2, 실질적으로는 4-4-2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황의조(올림피아코스)와 함께 전방에 배치했고, 황희찬(울버햄턴)과 권창훈(김천)을 좌우에 뒀다. 벤투 감독은 여기에 좌우 풀백 김진수(전북)과 윤종규(서울)을 적극 공격에 가담시키는 아주 공격적인 전술을 꺼내들었다.

공격은 괜찮았다. 손흥민이 높은 위치에 자리하자, 역습시 여러차례 기회가 만들어졌다. 황희찬은 특유의 돌파로 왼쪽을 흔들었고, 김천에서 부진한 권창훈은 벤투식 전술에서는 꽤 유용한 공격옵션이었다. 김진수는 황희찬에게 1대1 기회를 주기 위해, 오버랩 보다는 언더랩을 자주 구사하며 페널티박스 안을 공략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는 윤종규는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선보이며, 첫번째 골을 돕기도 했다.

문제는 수비였다. 최대 6명, 여기에 중앙에 포진한 황인범(올림피아코스)까지 공격적으로 올라갈 경우,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과 두 센터백 김영권(울산)-김민재 밖에 없었다.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커버해야 할 공간이 많아졌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쪽에 무게추가 쏠리며 중원까지 헐거워진 상황이었다. 가장 큰 구멍은 측면이었다. 김진수와 윤종규가 좁혀서 플레이를 하다보니 측면으로 커버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정우영을 축으로 김영권과 김민재가 스리백 형태로 벌려 측면까지 커버하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한국이 이날 실점한 두 장면 모두 측면이 뚫리며 무너졌다.

양 풀백의 문제로 지적하기에는 수비의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이런 형태로는 우리가 아무리 볼을 점유하더라도, 한번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실점 장면 외에도 가슴 철렁한 장면이 제법 있었는데, 김민재의 원맨수비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김민재만이 답은 아니다. 현재 벤투호의 수비 전술로는 정우영과 김민재에 걸리는 하중이 클 수 밖에 없다. 정우영은 사실상 홀로 중원을 지켜야 하고, 김민재는 좌우, 전후 모든 공간을 커버해야 한다. 실제 김민재는 이날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상대의 예봉을 끊음과 동시에, 측면은 물론 심지어 정우영이 고군분투하는 중원 싸움까지 가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에서도 정상급 수비수로 평가받는 김민재는 이날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수비를 여러차례 선보였지만, 실점까지 막지는 못했다.

월드컵에서는 코스타리카보다 몇배는 강한 공격진을 상대해야 한다. 포르투갈은 평가전에서 엄청난 공격력을 과시했다. 결국 수비 형태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세워 중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과 고려해야 한다. 손준호가 코스타리카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정우영이 고군분투하던 중원에 새 카드로 떠오른만큼 더블 볼란치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카드다. 벤투 감독도 코스타리카전 후 더블볼란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풀백 위치 조정도 분명 고민해야 한다. 월드컵에서 만날 수준 높은 팀들을 상대로, 지금의 수비 형태로는 김민재가 두 명이어도 버틸 수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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