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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차범근 홍명보 황선홍 박지성 이영표에 이어 손흥민(토트넘)도 풀지 못한 한국 축구의 오랜 숙원이 있다. 아시아 축구의 왕중왕인 아시안컵 우승이다.
그 매듭이 다시 풀리고 있다. 한국이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도화선은 6월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브라질과의 친선 A매치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골든부트(득점왕)'를 거머쥔 손흥민에게 체육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직접 수여했다. 또 한-일월드컵 개최 20주년을 맞아 내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최용수 안정환 박지성 이영표 등 4강 주역들과 경기 전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과 이영표 강원FC 대표(협회 부회장)가 아시안컵 유치를 제안했고, 윤 대통령은 "적극 추진하라"고 배석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2023년 아시안컵은 당초 내년 6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10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이 개최권을 포기하면서 새 장이 마련됐다.
특히 서른살인 손흥민의 현재 나이를 감안하면 내년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수도 있다. 유럽을 호령하는 손흥민이 함께하는 아시안컵이라면, 그 무대가 안방이라면 '우승의 한'도 풀 수 있다. 손흥민은 이미 세 차례 아시안컵을 경험했다. 19세 때인 2011년에는 3위, 23세 때인 2015년에는 준우승, 27세 때인 2019년에는 8강에 머물렀다. 그의 기량은 현재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내년 대회는 최전성기 때 맞는 아시안컵이다.
손흥민도 "한국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건 내게도 큰 기쁨이 될 것이다. 큰 이벤트를 통해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며 "60여 년간 우승하지 못한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많은 국민과 축구 팬이 성원을 보내주신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꼭 우리가 개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유치를 기원했다.
한국 축구의 아시아 외교력도 대회 유치를 통해 복원해야 한다. 2023년 아시안컵은 당초 한국도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여자월드컵 개최로 선회하며서 철회했다. 이웃나라들로부터 제기되는 '아시아 홀대론'을 이번 대회 유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아시안컵에는 예선을 통과한 24개국이 참가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한국 현장 실사는 6일부터 시작된다. AFC가 제시한 유치 조건인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는 2만석 이상, 준결승 4만석 이상,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은 5만석 이상의 수용 규모를 점검받는다. 축구협회는 또 이달 15일로 연기된 아시안컵 유치 공식 신청서도 제출 기한에 맞춰 낼 예정이다.
정 회장은 "한국은 아시아 축구 강국이자 훌륭한 축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도 있다"며 "2002년 못지 않게 붉은 물결이 다시 일어나길 기원한다. 63년간 해내지 못한 우승컵을 차지하는 영광의 순간을 온 국민과 즐길 수 있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아시안컵 유치의 당위성과 명분은 차고 넘친다. AFC는 10월 17일, 2023년 아시안컵 개최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