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시즌 중 비셀 고베로 이적한 전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무고사와 FC서울과 두 번째 동행을 결정한 '벤투호' 미드필더 황인범이 요란했던 이번 K리그 여름 이적시장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여름 이적시장은 지난달 20일 개장한 지 일주일여 만에 '무고사 사가'로 불붙었다. 일본 J리그의 부자 구단인 고베에서 바이아웃(100만달러·약 13억2500만원)을 인천에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인천이 뒤늦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무고사 붙잡기에 나섰지만, 선수의 마음을 되돌리기 쉽지 않았다. 인천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인 공격수를 한순간에, 그것도 시즌 중에 울면서 떠나보내야 했다. 무고사도 울었다.
인천은 팀 득점의 3분의2를 책임지던 골잡이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이 뛰어들었다. 안병준(당시 부산, 현 수원 삼성), 일류첸코(당시 전북, 현 서울) 등 K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인천은 7월 초 경남에 바이아웃(40만달러·약 5억3000만원)을 제시해 경남에서 뛰는 브라질 공격수인 에르난데스를 품었다.
이처럼 이적시장 초중반 '테마'는 '골잡이'였다. 반전이 필요한 팀을 중심으로 공격수 영입에 몰두했다. 서울은 포항과 전북에서 뛴 일류첸코를 점찍었다. 최초 영입 제안을 했을 땐 구단간 이적료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제주 유나이티드가 일류첸코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계약기간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다. 영입의 끈을 놓지 않던 서울과 외국인 선수 교체를 바라는 전북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결국 서울이 일류첸코 영입전의 승자가 됐다. 일류첸코는 데뷔전인 16일 대구FC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넣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은 김건희의 긴 부상 공백과 그로닝의 적응 실패에 따른 득점 부진으로 여름 이적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병근 감독의 선택은 'K리그2의 여포'로 불린 안병준이었다. 수원은 시즌 전 광주에서 영입한 수비수 이한도를 내주고 안병준을 영입했다. '1부리그 진출'에 대한 열망을 내비쳤던 안병준은 과거 북한대표팀 선배인 안영학 정대세가 활약한 수원에 입단하며 그 꿈을 이뤘다. 안병준은 지난 16일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22라운드를 통해 데뷔골을 폭발했다. 수원은 일본대표팀 출신 윙어 사이토 마나부를 영입하고,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이종성을 성남에서 조기 임대 복귀시키며 2~3선도 강화했다.
선두 울산은 마크 코스타와 계약을 해지한 뒤 헝가리국가대표인 마틴 아담을 영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고, '추격자' 전북은 일류첸코 공백을 조지아 출신 공격수 토르니케 영입으로 메웠다. 국대 레프트백 김진수와도 임대기간을 연장했다. 강원은 장기부상을 당한 디노의 빈자리를 같은 몬테네그로 출신인 발샤로 채웠다.
포항 제주 대구 등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여름을 보냈다. 포항은 이적시장 막바지 안산에서 뛰는 까뇨뚜 영입에 나섰다. 까뇨뚜가 포항으로 임대를 오고, '포항맨' 이광혁이 수원FC로 이적하고, 수원FC의 베테랑 공격수 양동현이 안산으로 향하는, 3각 트레이드가 합의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추가 등록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안산 구단의 내부 사정으로 갑자기 무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광혁은 수원FC에서 한차례 훈련을 '경험'한 뒤 포항으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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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제주와 성남의 트레이드도 결렬됐다. 제주와 성남은 오랜기간 트레이드 짝을 맞췄다. 윙백 보강과 주민규의 파트너를 원하는 제주는 성남의 박수일, 뮬리치를 원했다. 최하위 탈출을 위해 스쿼드에 변화를 주길 바랐던 성남은 제주의 윤빛가람 김주공을 바랐다. 2대2 트레이드로 출발한 딜은 윤빛가람의 성남행 거부라는 변수를 만났다. 결국 양 구단은 박수일과 김주공을 맞바꾸는 1대1 트레이드로 합의를 보려고 했으나, 제주 구단의 사정으로 최종 도장을 찍지 못했다. 성남 클럽하우스에서 오피셜을 기다렸던 김주공은 계약이 무산됐다는 소식에 포항 원정길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대구는 계약만료로 떠난 라마스(부산) 빈자리에 페냐를 임대영입해 메우는 것 외에는 큰 움직임은 없었다. 수원FC는 베테랑 풀백 이 용을 전북에서 임대로 데려와 약점을 보완했고, 성남은 몬테네그로 출신 미드필더 밀로스를 영입하고, 심동운을 안양에서 임대로 데려왔다. 츠베타노프(전 강원), 구대영(안양), 정원진(부산), 벤 할로란(전 서울), 문창진(부산) 등이 이적, 임대 또는 계약해지 등의 방식으로 팀을 떠났다. 전북에서 뛰던 쿠니모토는 음주운전이 적발돼 계약해지했다. 부산은 1부리그에서 뛰는 다양한 선수를 영입하며 2부에서 가장 바쁜 여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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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건의 트레이드가 무산되는 역대급 해프닝을 겪은 데드라인.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딜이 있었으니, 바로 황인범의 계약 연장이다. 서울 구단은 6월 30일 한시적 임대 계약이 종료된 뒤로도 2주간 꾸준히 황인범측과 소통한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서울은 "계약 기간 중 황인범에게 해외 진출 기회가 있을 경우 선수의 발전을 위해 조건없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고사의 이적이 이적시장의 시작을 알렸다면, 황인범이 이적시장의 문을 닫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