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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왼발의 지배자'응원가에 소름~80-80 꼭 달성할것"[슈퍼매치 키워드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6-16 16:36 | 최종수정 2022-06-17 08:19


'왼발의 지배자' 염기훈.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내 전시된 스포츠조선 기사 앞에서 엄지척. 사진제공=수원 삼성 구단

'수원 삼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역시 염기훈(39)이다. 수원 삼성은 곧 염기훈, 염기훈은 곧 수원 삼성으로 통한다.

2010년 수원 유니폼을 입은 이후 13년째, 수원 삼성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왼발의 지배자', 큰 경기에서 어김없이 제몫을 해내는 '큰 선수' 염기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예고했다. 한국나이 마흔살, '불꽃' 라스트댄스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80-80클럽이다. 2006년 이후 434경기에 나서 77골 110도움을 기록중인 염기훈은 K리그 40년 역사, 전인미답의 고지 80골-80도움까지 단 3골을 남겨뒀다. 6월 A매치 4연전 이후 축구 열기를 이어갈 K리그1 하반기 최고의 화두다. 그가 가는 길이 곧 한국 축구의 역사다.

19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하나원큐 K리그1 2022' 21라운드 '이겨야 사는 슈퍼매치' 수원 삼성-FC서울전을 앞두고 '수원의 심장'염기훈과 키워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흔 살

프로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마흔 살까지 하고 싶었다. 올해 한국나이 마흔살이라 올해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은퇴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시즌 시작 전에 이야기하고 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면서 이별을 함께 준비할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은퇴를 입밖에 꺼낸 후 축구가 더 간절해졌다.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내가 더 잘해야지, 팀이 더 잘돼야지, 아름답게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병근 감독이 '은퇴를 말리겠다'는 뜻을 전하더라고 하자)그렇지 않아도 감독님께서 왜 미리 은퇴 얘기를 꺼냈냐고 꾸짖으셨다. 감독님과 대화를 해봐야겠다. 베테랑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신뢰해주셔서 감독님께 늘 감사하다. 후배들도 새 정부부턴 법이 바뀌어서 '만' 나이로 하면 아직 마흔이 아니라고들 하더라.(웃음)

1983년생 K리거

(올 시즌 K리그 그라운드엔 김영광, 김광석, 신화용 등 1983년생 최고령 선수 4명이 있다.)어렸을 땐 대표팀 하면서 자주 봤다. 지금은 다 떨어져 있지만, 가끔씩 보면 서로 애틋하다. 이 나이까지 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우리끼린 안다. 인천 (김)광석이 부상을 보면서 가슴 아팠다. 성남 골키퍼 (김)영광이가 (서울전) 승리를 지켜낸 후 인터뷰하는 모습도 짠했다. 모두 힘내고, 부디 부상 없이, 행복하게 뛰었으면 좋겠다. 절로 응원하게 된다. 그 친구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친구들을 보면 기분 좋으면서도 마흔까지 함께 고생했단 생각에 짠하다.


수원 삼성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내 팀'. 전북, 울산 시절에도 대표팀엔 갔었지만 수원에 와서 축구실력이 말도 안되게 성장했다. 선수마다 맞는 팀이 있다고들 하는데, 내겐 수원이 그랬다. 운명같은 팀이다. 수원이란 팀은 내 축구 인생의 성장, 명예와 부, 사랑과 행복 모든 걸 얻게 해준 팀이다. 수원에 와서 축구선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걸 얻었다. 2010년 처음 왔을 땐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 1년, 1년 이 팀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더 생긴다. 나는 이 팀이 너무 좋다. 어느 팬 못지 않게, 수원 삼성의 '찐' 팬이다.

별명

'왼발의 지배자' '왼발의 마법사' 등 팬들이 불러주시는 별명은 다 마음에 든다. 코로나 무관중 경기로 2년 가까이 팬들의 응원가를 듣지 못했다. 동계훈련 인터뷰 때 은퇴하기 전에 팬들의 응원가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육성응원이 처음 가능해진 어린이날 울산과의 홈경기(1대0승), 교체 때 팬들이 '왼발의 지배자' 응원가를 불러주셨다. 소름이 쫙 돋더라. 경기 내내 소름이 돋았고 자신감이 솟았다. 덕분에 결승골에 기여할 수 있었다.


나의 왼발

원랜 왼발잡이가 아니었다. 어릴 때 자전거 뒷바퀴에 오른발이 끼어 엄지발가락이 으스러졌다. 이후 안 아픈 왼발을 주로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왼발잡이가 됐다. 왼발 킥력은 부단한 훈련의 결과다.

슈퍼 DNA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선우도 '염기훈축구클럽'에서 축구선수를 꿈꾸고 있다. 왼발잡이,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다. 처음엔 공격수로 시작했는데 성향이 수비수가 더 잘 맞다고 판단했다. 본인도 수비가 더 낫다고 한다.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잘 성장해나가도록 서포트해주고 싶다.

K리그 최고의 선수

K리그에서 뛰면서 딱 2명을 보고 정말 놀랐다. 첫 번째는 이청용(울산 현대)을 FC서울 때 처음 봤을 때 '열아홉 살이 이렇게 공을 찬다고?' 내심 깜짝 놀랐다. 빠르고, 드리블 잘하고, 심지어 착하기까지 하다. 두 번째는 김보경(전북 현대). 홍익대 때 대표팀서 만났는데 '깜놀'했다. 내가 본 최고의 선수들이다.

지도자

꼭 해보고 싶다. 선수 10명 중 7~8명은 지도자 안한다고 하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지도자가 되고 싶었다. 지도자 자격증은 A코스까지 땄고, P코스에도 도전할 것이다. 수원 삼성서 지도자가 되는 꿈을 늘 가슴에 품고 있다. 은퇴 후 이 팀에서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고 싶고, 언젠간 수원 삼성 감독이 되는 게 목표다.


80-80 클럽

정말 하고 싶다. 최초의 기록이기 때문에 정말 간절하다. 2006년 전북 현대 입단 이후 프로생활 통산 기록이고, 은퇴 후에도 후배들이 깰 순 있지만 쉽게 깰 순 없는 기록이다. 지난 17년동안 울고 웃으며 힘든 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을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다. 80-80은 그런 노력에 대한 엄청난 보상이자, 꼭 이루고 싶은 기록이다. 이제 3골이 남았다. 조금씩 골 느낌이 온다. 이병근 감독님께선 준비되면 언제든 말하라고 하신다. 그 믿음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나보다 컨디션 좋은 친구들이 많은데 내가 나가려고 한다면 그건 내 욕심이다. 팀에 도움이 되는, 좋은 컨디션으로 끌어올려 꼭 목표를 이루고 싶다.

목표

수원 삼성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다. FA컵 우승으로도 나갈 수 있지만 리그 성적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요즘 우리 선수들을 보면 자신감에 차 있다. 현재 선두 울산을 제외하고는 2-3위권도 중위권도 승점 차가 크지 않다. 할 수 있다.

개인적 꿈

80-80클럽 가입. 지금은 딱 그거 하나다. 반드시 80-80 기록을 달성하고 은퇴하고 싶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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