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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단 한 순간도 제주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구자철은 지난 2007년 제주에서 프로에 데뷔해 2010년까지 K리그 통산 88경기에서 8골 19도움을 올리며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2011년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유럽에 진출했고, 이후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를 거치며 9년 가까이 독일에서 뛰었다.
2018~2019시즌 아우크스부르크와의 계약이 끝난 뒤에는 카타르 알 가라파에 입단해 중동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지난해 8월엔 카타르 알코르로 이적했다. 제주는 구자철이 해외 진출한 후에도 꾸준히 교감을 해왔고, 최근 그의 복귀 가능성을 파악하고는 적극적으로 영입을 추진해 이를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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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은 입단식 내내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구자철은 "11년 만에 고향이나 다름없는 제주로 돌아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앞으로 제주 선수로서 우리 구단이 좋은 방향으로 가면서, 좋은 성적 내는 데 있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이어 데뷔 시절 달았던 42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제주 시절 달았던 7번과 42번 외에 다른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 초심을 잃은 적이 없다는 뜻으로 데뷔 때 달았던 42번을 선택했다. 42번이 남아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복귀를 고민하던 구자철의 마음을 확실히 돌린 것은 남기일 감독의 한 마디였다. 구자철은 "여러 생각을 하던 중에 남 감독님이 '들어와라'고 하셔서 마음을 정했다. 아직 팀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잘 훈련하고 소통해서 좋은 시기에 그라운드에 나설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구자철을 설득한 남 감독은 "항상 제주에 대한 애정이 깊은 선수였다. 나 또한 당연히 제주로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다. 구자철이 경기에 나가는 시점은 아마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본인이 '준비됐다'고 얘기하면 투입하겠다"고 향후 기용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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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에서 다진 각오
구자철은 지난달 24일 국내에 돌아와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자가격리를 마쳤다. 이후 한라산 백록담을 올라 '공식 오피셜' 입단 사진을 찍으며 각오를 다졌다. 구자철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백록담 오피셜사진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그는 "정말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처음 구단에서 제안했을 때부터 거부할 마음은 없었다. 제주만의 문화라는 게 있다. 한라산의 의미, 백록담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래서 올라가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정말 너무 힘들어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러나 백록담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올라왔듯이 앞으로 힘들어도 한발 한발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스스로의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런던 멤버와의 '진심' 맞대결
이어 기성용(FC서울) 이청용(울산 현대) 등 이른바 '런던멤버' 절친들과의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유럽에서도 K리그 하이라이트를 매주 봐 왔고, (이)청용이와 (기)성용이가 복귀한 뒤에는 그들의 활약도 찾아봤다. 우리끼리 연락하는 단톡방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복귀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 피치에서 대결한다는 건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다"라며 "우리 셋의 관계를 봤을 때 가장 설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각자의 팀을 위해 피치 위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건 축구 이상으로 삶의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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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구자철은 "사실 제주가 팬이 많은 팀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순간도 제주 구단과 서포터즈들을 잊은 적이 없다. 열심히 응원해주시던 서포터즈들을 기억한다. 팬이 한 명이라도, 아니 열 명이라도 그 분들이 해주는 한마디한마디가 고마웠다. 내가 돌아온 것에 대해 팬들께서 기뻐하실 생각을 하니 나 또한 좋다. 제주와 서귀포 시민, 나아가 제주도민 전체가 더 많이 팀을 응원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제주에서 선수 커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려고 한다. 그는 "솔직히 선수로서는 이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미련없이 하는 게 가장 큰 열망이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열정을 되찾는 것이다. 최근 몇 달, 아니 근 일 년간 '축구에 미치는' 감정을 못 받고 살았다. 그걸 되찾는 게 가장 시급한 목표다. 축구에 대한 목마름과 사랑하는 열정.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전부 내던지고 준비하는 치열함을 다시 느끼고 싶다. 무대 뒤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무대 위에서는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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