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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승우(23)의 거취가 결정되는 모양새다.
신트 트라위던 주전자리에서 완전히 밀려난 이승우는 새로운 팀을 물색했다. 다행히 유스 시절 가능성을 보여준 이승우를 향해 여러 팀들이 관심을 보였다. 터키의 괴즈페테가 임대로 이승우를 원한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스페인, 이스라엘 등이 이승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분위기는 스페인 복귀, 혹은 이스라엘 이적 중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마카비 텔아비브는 분명 이스라엘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이다. 1906년에 창단한 마카비 텔아비브는 지난 시즌에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무려 23차례나 리그를 제패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도 단골손님이다. 스페인 2부리그팀보다는 명성과 규모면에서 앞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우의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과연 마카비 텔아비브행이 적절한 선택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승우에게 필요한 것은 '간판'이 아니라 '내실'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이승우의 현재 가치는 유럽 하부리그에서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선수다. 물론 신트 트라위던에서 경기 외적인 요소에 막혀, 실력 이하의 평가를 받은 것도 분명하지만, 이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빅리그, 빅클럽도 아닌, 벨기에 주필러리그, 그것도 하위팀 신트 트라위던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것, 이승우의 재능만큼은 확실하다는 이야기다. 이승우는 그 재능을 폭발시키기 위한 무대가 필요하다.
아쉬운 것은 중요한 순간마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단추인 헬라스 베로나부터 아쉬웠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시절 구단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부터 받은 중징계 여파로 제대로 풀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체력, 감각 등 모든 면에서 새로 다져야 했던 순간, 너무 경쟁적인 리그, 팀으로의 이적을 택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공간이 있어야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이승우에게는 힘겨운 리그였던데다, 베로나는 강등 전쟁을 이어가며 이승우에게 기회를 줄 여력이 없었다.
신트 트라위던은 최악의 수가 됐다. 뛰기 위해 벨기에에 갔지만, 오히려 베로나 시절부터 더 기회를 받지 못했다. 공격적인 벨기에 리그가 이승우와 궁합을 이룰 것으로 봤지만, 정작 벨기에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피지컬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벨기에 리그에서 이승우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전력이 약한 신트 트라위던은 공격수의 수비 가담을 강조해 이승우가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했다.
이승우의 선택이 아쉬운 것은 베로나, 신트 트라위던을 택하기 앞서,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제대로 된 선택을 했더라면, 이승우의 현재는 분명 달랐을수도 있다. 누구보다 화려한 유스 시절을 보냈지만, 성인 무대로 안착하기 위해 내실을 다졌어야 하는 시기, 세리에A라는 간판, 구단 최고 대우라는 간판에 흔들려, 정작 가장 중요한 '자기 발전'이라는 부분을 놓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승우는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섰다. 유로파리그도 좋지만, 유로파리그는 한 시즌 많아야 10경기 내외 밖에 뛰지 못한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 이스라엘 리그다. 이승우 입장에서는 또 다시 다른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이탈리아 시절, 벨기에 시절 모두 바르셀로나 향수를 잊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승우다. 언어, 문화, 스타일 모든 면에서 적응이 수월한 스페인 무대를 놔두고, 굳이 이스라엘행을 택할 이유가 있을까. 이제 더는 어린 선수가 아니기에, 이번 선택이 중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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