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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저는 선수생활 내내 '조연'이었어요. 그래서 행복했고, 그래서 오래 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기종은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마무리도 '배기종'다웠다. 배기종은 "경남에서 나가서 1년 더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쯤이면 떠날 시기라고 생각했다. 이제 경쟁도 힘들고, 열정도 많이 떨어졌다"며 "은퇴해야겠다고 혼자 결정을 내렸다. 가족에게만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아쉬움이 큰 마지막 시즌이었다. 2019년 특급 조커로 맹활약을 펼친 배기종은 '광운대 선배' 설기현 감독 부임 후에도 입지가 굳건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이후 갑자기 그라운드에서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설 감독이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배기종은 설 자리를 잃었다. 2군에서 계속 준비를 하던 배기종은 끝내 기회를 잡지 못했다. '라이언킹' 이동국처럼 화려한 마무리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배기종은 "게임을 뛰지 못해서 속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5년 동안 이 팀에서 보여준 게 있는데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도 하지 못한 것은 좀 아쉬웠다"며 "은퇴경기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도 했는데, 확실히 박수칠 때 떠나는 게 힘든 일이구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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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굴곡도 시작됐다. 이적을 두고 마찰이 일어났다. 당초 원했던 전남 드래곤즈가 아닌 수원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대전팬들은 팀을 떠나려고 하는 배기종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배기종은 "그때는 마냥 좋은 팀에 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처음에는 팬들이 야유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얼마나 팬들이 나를 사랑해주셨으면 그러셨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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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남 이적, 그의 커리어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배기종은 "20대 후반에 '34세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그때까지 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34세 때 경남에 와서 5년이나 더 뛰었다"고 했다. 경남 시절은 배기종이 꼽는 '리즈 시절(전성기)'이었다. 배기종은 "2017년부터 주장 완장을 찼다. 그리고 계속 승승장구했다. K리그2 우승을 차지하고, 곧바로 다음 해 K리그1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경기력도 좋았고, 팀적으로도 좋았다"고 했다. 가슴 아픈 순간도 경남에서 겪었다. 경남은 준우승 다음 해 바로 강등됐다. 배기종은 특급조커로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강등을 막지는 못했다. 배기종은 "이 모든 게 주장으로 있던 3년간 겪었던 일이다. 그래서 경남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배기종은 인터뷰 내내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신인 때부터 잘난 것도 없었는데, 팀에서 살아남고 경기도 나갔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서 많은 것을 배웠고, 가는 팀 마다 성적도 냈다. 남들은 경험 못하는 우승도 두번이나 해봤고, 준우승도 두번 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뛰었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운만으로 프로에서 15년간 살아남을 수 없다. 예민한 배기종은 자기 관리에 철저했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배기종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역시 '가족'이었다. 배기종은 "결혼하고 계속 가족과 떨어져 있었다. 예민한 내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준 부분, 그래서 가족, 특히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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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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