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벤투호 혼쭐낸 김학범호의 약진, 24년만의 스페셜매치 2대2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0-09 21:52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스페셜매치 1차전이 9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올림픽팀 송민규(왼쪽)가 동점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10.09/

난형난제… '형님' 벤투호와 '아우팀' 김학범호가 스페셜 매치 1차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벤투호(A대표팀)와 김학범호(U-23)가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0 하나은행컵 남자축구대표팀vs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1차전에서 2대2로 비겼다.

이날 친선전의 공식명칭은 '2020 하나은행컵 남자축구대표팀vs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무관중으로 치러지긴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선보인 국가대표들의 진검승부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의 맞대결은 1996년 4월 21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박종환 감독의 A대표팀과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 맞대결(2대1승) 이후 24년만이다. 벤투호는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우승 이후 10개월만에 처음으로 발을 맞췄다. 김학범호는 지난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 이후 9개월만의 첫 경기였다.

라인업

-벤투호(4-1-4-1)=조현우(울산·GK)/김태환(울산)-권경원(전북)-원두재(울산)-이주용(전북)/손준호(전북)/나상호(성남)-이영재(강원)-한승규(서울)-이동경(울산)/김지현(강원)

-김학범호(4-3-3)=송범근(전북·GK)/강윤성(제주) 김재우 정태욱(이상 대구) 윤종규(서울)/김동현(성남)-정승원(대구)-이승모(포항)/송민규(포항)-조규성(전북)-조영욱(서울)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스페셜매치 1차전이 9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국가대표팀 이주용이 선제골을 넣은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10.09/
전반=김학범호의 강공… 깜짝 선제골은 '형님팀' 풀백 이주용


벤투 감독은 지난해 영플레이어상 주인공 김지현을 원톱으로 내세웠다. 나상호-이영재-한승규-이동경이 2선에 나섰다. A대표팀으로 업그레이드된 원두재가 센터백 포지션에서 선배 권경원과 수비 호흡을 맞췄다. 김학범호는 '대세' 송민규(포항)와 조규성(전북)-조영욱(서울)의 스리톱으로 맞섰다. 형님팀의 수문장, 울산의 조현우와 아우팀의 수문장 송범근의 슈퍼세이브 대결도 눈길을 끌었다.

전반 초반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단단한 조직력을 갖춰온 김학범호가 '형님팀'을 상대로 강한 공세로 나섰다. "공격적으로 맞불을 놓겠다"던 김학범 감독의 공언대로였다.

그러나 '원샷원킬' 선제골은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가던 형님팀에서 나왔다. 전반 14분, 이동경이 왼쪽으로 갈라준 오픈패스를 이어받은 왼쪽 풀백 이주용의 발끝이 번뜩였다. 지난 2015년 6월 11일 아랍에미레이트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고 그해 동아시안컵 이후 무려 5년2개월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전북 유스 출신 왼쪽 풀백' 이주용이 측면에서 오버래핑한 후 박스 정면으로 거침없이 파고들더니 날선 오른발로 낮고 빠르게 골망을 흔들었다. A매치 3경기에서 골맛을 보지 못했던 이주용의 국가대표 데뷔골이 됐다.

양팀의 자존심을 건 양보없는 공방은 계속됐다. 전반 26분 한승규의 오른발 슈팅이 불발됐고 ,전반 30분 송민규의 날카로운 헤더가 벤투호 골키퍼 조현우의 가슴에 안겼다. 전반 34분 벤투호 이영재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1-0으로 형님팀이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스페셜매치 1차전이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국가대표팀 권경원이 자책골을 허용하고 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0.09/

한국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스페셜매치 1차전이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국가대표팀 권경원의 자책골이 터지자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0.09/
후반='송스타' 송민규의 동점골→권경원의 자책골→이정협 동점골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라인에 변화를 꾀하며 실험했다. 김지현을 빼고 이정협을 투입했고, 이영재 대신 이동준을, 한승규 대신 윤빛가람을 투입했다. 첫 A대표팀 태극마크를 단 이동준이 데뷔전에 나섰다.

1골 뒤진 김학범호 후배들은 후반 더 강력한 도전으로 맞섰다. 후반 시작부터 올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 초강력 후보 송민규가 번뜩였다. 직전 K리그1 24라운드에서 전북의 골망을 뚫어내며 K리그1 토종 공격수 최다득점 (10골)과 함께 승리를 이끌었던 송민규는 태극마크 데뷔전에서도 거침없었다. 후반 4분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쏘아올린 오른발 대포알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다.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 골의 전조였다. 30초만인 후반 5분, 송민규가 선배 수비수들을 뚫어내며 쏘아올린 왼발슈팅이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첫 승선이지만 내년 도쿄올림픽에 가고 싶다"던 거침없는 포부대로, 강력한 동점골로 김학범 감독과,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동시에 받았다.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며 태극마크 데뷔골을 자축했다.

후반 13분, 조현우가 정승원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선방해낸 직후 실수가 나왔다. 엔드라인에서 볼을 살린 조규성이 골문앞 조영욱을 향해 헤더를 떨궜다. 쇄도하는 조영욱을 막으려던 '캡틴' 권경원이 자책골을 기록했다.

2-1로 역전한 직후인 후반 15분, 김학범 감독은 스리톱을 포함한 4명의 선수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동점골의 주인공 송민규 대신 한정우, 정승원 대신 김대원, 조영욱 대신 엄원상, 조규성 대신 오세훈을 투입했다. 후반 내내 지칠 줄 모르는 아우들의 패기에 형님들이 계속 밀리는 모양새가 됐다. 후반 19분 벤투 감독은 이동경 대신 김인성을 투입하며 왼쪽 측면 스피드를 높였다.

그러나 후반 교체 이후 엄원상의 스피드가 살아나며 벤투호가 연거푸 위기를 맞았다. 후반 35분 윤빛가람의 오른발 슈팅, 후반 36분 이동준의 왼발 슈팅이 잇달아 불발됐다. 김학범호는 후반 내내 지칠 줄 모르는 전방압박으로 형님들을 괴롭혔다. 후반 막판 엄원상, 이승모의 슈팅을 조현우가 선방으로 막아냈다.

후반 막판 벼랑끝까지 몰린 벤투호를 구한 건 '베테랑 골잡이' 이정협이었다. 후반 45분 이정협의 동점골에 힘입어 양팀은 2대2로 비겼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내용면에서는 아우들이 승리한 경기였다.

12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스페셜 매치 2차전이 펼쳐진다. .
고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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