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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이 파이널라운드에서 새로운 오명을 얻게 생겼다. '대행 매치 승점 자판기'다.
서울은 현재 김호영 감독대행이 돌연 사퇴한 이후 박혁순 코치를 '대행의 대행'으로 올려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지난 달 26일 수원 삼성과의 파이널B 첫 경기서 1대3으로 패한데 이어 공교롭게도 이날 부산을 '대행끼리 매치'로 만났다가 또 수모를 당했다.
부산에선 최근 사퇴한 조덕제 감독을 대신해 이기형 감독대행이 벤치를 지켰다. 서울과 달리 부산은 '감독 사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어느덧 최하위로 추락해 갈 길이 더 급했던 부산이지만 이날 서울전에서만큼은 원정의 부담에도 전혀 최하위가 아니었다. '국대(국가대표) 3총사'와 골키퍼의 '선방쇼'가 잘 어우러진 '일품요리'같은 경기를 선보였다. 부산 골키퍼 최필수는 자신의 100경기 출전을 자축하듯 초반부터 '선방쇼'를 벌였다. 전반 1분 황현수의 코너킥 헤더와 6분 정한민의 슈팅을 절묘하게 막았다. 그러자 이번에 A대표팀에 차출된 이정협-이동준-김문환 등 '국대 3총사'가 선방쇼에 화답했다. 선봉엔 고참 이정협이 섰다. 이정협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14분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히는 슈팅으로 예열을 마쳤다.
이어 16분에는 선제골의 출발점이 됐다. 이정협은 부산 진영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이동준에게 패스 연결을 했다.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절묘한 터닝패스까지 성공한 것. 페널티에어리어(PA)까지 돌파한 이동준은 오른 측면으로 파고든 김문환에게 연결했고 이어 김문환이 크로스한 것이 상대 수비 맞고 튕겨나오자 이규성이 절묘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앞에서 뚫어주자 뒤의 최필수는 더 신바람이 났다. 서울이 반격의 고삐를 죄었지만 최필수의 슈퍼세이브에 번번이 막혔다. 22분 한승규의 헤더, 33분 윤종규의 기습 중거리 슈팅에 이어 37분 한승규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도 최필수의 신들린 방어에 막혔다.
최필수 맹활약에 국대 대선배 박종우까지…
후반 들어서는 부산이 일찌감치 먼저 웃었다. '국대 대선배'인 박종우가 팀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후반 2분 부산의 '국대 막내' 이동준이 아크 오른쪽에서 돌파를 시도하면서 오스마르의 파울을 유도했다. 프리킥 키커로 나선 박종우는 잠깐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 왼쪽 구석을 정확하게 적중했다. 골키퍼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궤적과 탄착점이었다. 이후 서울은 파상공세를 펼쳤다. '약발'이 먹히기는 했다. 부산은 20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수비수 김명준이 걷어낸 공이 정한민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바람에 추격골을 허용했다. 너무 어이없는 실점에 부산이 흔들릴 만도 했지만 수비력 강화 훈련을 한 데다 또다시 최필수가 나선 덕분에 끝까지 잘 버텼다.
후반 19분에도 윤주태와의 1대1 상황에서 결정적인 슈팅을 무산시킨 최필수는 이날 서울의 유효슈팅 14개를 거의 모두 무력화시켰다. 정한민에게 실점한 것도 불운이었던 것까지 감안하면 모두 막아낸 셈이다. 최필수는 "내가 잘 막았다기보다 동료 선수들이 몸을 날려준 덕분에 막을 수 있는 각도로 슈팅이 날아왔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상암=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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