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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이 올 시즌 K리그 순위싸움이 미칠 영향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6-11 05:1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국 승부는 여름에 갈려요. 올해는 시작하자마자 여름이잖아요."

개막 전 만난 김기동 포항 감독의 예측이었다. 다른 감독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매년 K리그 순위싸움의 승부처는 여름이었다. 초반 다크호스들이 우승 경쟁에 나서지만, 대부분 여름을 넘기지 못했다. 습도가 높아,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에 뛰는 경기는 평소 두, 세경기의 체력 소모로 이어진다. 결국 스쿼드가 두터운 빅클럽들은 매경기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승점을 쌓았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올 시즌도 예년과 다르지 않을 듯 하다. 결국 '어떻게 여름을 나느냐'에 따라 순위가 갈릴 전망이다. 그런데 올 시즌 여름은 예년보다 더 힘들다. 기록적인 무더위가 예상된다. 기상청이 앞서 지난달 말 발표한 여름철 기상 전망을 보면 올 여름 기온은 평년(23.6도)보다 0.5~1.5도, 작년(24.1도)보다는 0.5~1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 일수가 평년(9.8일)의 두 배가 넘는 20~25일에 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문제는 일정이다. 사상 초유의 무더위가 지속되는 7~8월 한 주도 쉬지 못하고 매 주 살 떨리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올 시즌은 코로나19로 지각 개막하며, 여름 휴식기 없이 보내야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예년처럼 빅클럽에 유리한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일단 FA컵이 이어진다. 올 시즌 K리그에 주어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은 2+2.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에게는 직행티켓이 주어지고, 리그 2, 3위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친다. 단 5경기만으로 ACL 본선 직행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FA컵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K리그1 팀들은 7월 1일 3라운드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여기서 승리할 경우 치르는 16강, 8강 일정도 모두 7월로 잡혀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중단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발표되면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이 이어진다. 아무리 스쿼드가 탄탄한 빅클럽이라 하더라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올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당초 준비했던 것과 다른 일정으로 진행된 탓에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여름에 힘든 일정을 반복할 경우, 부상자가 속출할 수 있다. 핵심 자원이 쓰러질 경우, 빅클럽들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위권팀들이 리그에 올인하고 부상 여파를 최대한 줄인다면, 상위권팀과도 해볼만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역대급 무더위, 올 시즌 순위싸움의 가장 큰 변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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