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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이임생 감독과 오동석 단장이 19일 오전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30여분간 미팅을 했다. 18일 화성 FC전 충격패 이후 사퇴를 암시한 이 감독의 진짜 의중을 듣기 위해 오 단장이 직접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이 감독은 이 자리에서 'FA컵 준결승에 올라온 팀 중 K리그1 소속은 수원과 상주 상무밖에 없다. 하부리그 팀들과 대결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 스스로 용납이 되질 않는다. 수원 선수단의 얼굴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감독은 전날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화성FC(4부)와의 2019년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1차전에서 0대1로 패한 뒤 "감독인 제 잘못이 크다. FA컵에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책임을 질 생각이 있다"며 사퇴를 암시하는 듯한 깜짝 발언을 했다. 경기를 마치고 야유를 퍼붓는 일부 수원 팬들을 향해 연신 고개숙여 사과했다.
수원 구단 내부에선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K리그1 상위 스플릿 싸움이 한창인 데다 FA컵 준결승에 오른 상황에서 '사퇴 가능성'이 다른 누구도 아닌 감독 입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 물이 엎질러져 버렸다.
수원 관계자는 "사전에 조율된 건 전혀 없다"면서 "감독이 경기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아 그런 말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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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선 "충격이 워낙 커 그런 말을 한 게 이해는 되지만 구단은 준비가 안 됐다. 계약기간도 남았고 기회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마무리는 지어야 하지 않겠나. 물론, 팬심도 종합적으로 살펴 최선의 방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치' 이임생을 잘 아는 지인들에 따르면 이 감독은 자신이 할 말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이 사태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이 감독이 올시즌 몇몇 경기에서 역량 부족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기업 사정으로 선수 영입 등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줄곧 '고독한 싸움'을 펼쳤다는 것.
이 감독을 선수시절부터 지켜본 한 축구인은 "겉으론 내색하지 않지만, 이 감독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귀띔했다.
일단, 이 감독은 숨돌릴 틈 없이 21일 상주 상무와의 K리그1 30라운드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 수원은 승점 39점 동률에 상주에 다득점에서 1골차로 앞서며 상위 스플릿 마지노선인 6위에 턱걸이하고 있다.
이 감독의 사령탑 운명을 가를지 모르는 FA컵 준결승 2차전은 10월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 경기에서 2골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승부차기 없이 결승행 티켓을 따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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