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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지아 분석]비대칭 스리백 실험은 명백한 실패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9-0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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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터키)=조성준 통신원]파격, 또 파격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5일(한국시각) 터키 이스탄불 파테흐테림스타디움에서 열린 조지아와의 평가전에 3-1-4-2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플랜B였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이후 4-2-3-1에서 4-1-3-2를 메인 포메이션으로 내세웠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시작을 앞두고 가진 마지막 평가전에서 새로운 전술을 실험했다.

베스트11도 실험의 연속이었다. 손흥민(토트넘)의 투톱 파트너는, 김신욱(상하이 선화) 황의조(보르도)도 아닌 이정협(부산)이었다. 두 명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권창훈(프라이부르크)과 데뷔전에 나선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이 섰다. 좌우 측면에는 김진수(전북)와 최근 최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황희찬(잘츠부르크)가 자리했다. 지난 이란전에서 호평을 받은 백승호(다름슈타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스리백은 김민재(베이징 궈안)를 중심으로 권경원(전북) 박지수(광저우 헝다)가 좌우에 섰다. 골키퍼 장갑은 역시 데뷔전을 치르는 구성윤(곤사도레 삿포로)이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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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 포메이션이었다. 의도는 명확했다. '공격수' 황희찬을 윙백 자리에 두며 공격 숫자를 최대한 늘렸다. 한수 아래의 팀을 만나는 2차예선의 당면 과제는 밀집 수비 타파다. 벤투 감독 역시 이를 의식해 높이와 힘을 가진 김신욱을 처음으로 선발했다. 일단 벤투 감독은 전술적인 변화를 통해 밀집수비 해법을 찾았다. 핵심은 숫자였다. 김진수가 오버래핑하면 최대 공격숫자가 6명까지 늘어났다. 기술과 패스가 좋은 백승호까지 지원하면 그 숫자는 더욱늘어났다.

형태적으로는 측면에 있는 황희찬이 공격적으로 나서며, 순간적으로 손흥민 이정협 황희찬이 스리톱을 이뤘다. 스피드를 갖춘 스리톱 뒤에는 활동량과 창의성을 갖춘 권창훈과 이강인이 지원했다. 특히 권창훈의 침투, 이강인의 패스를 통해 밀집수비의 균열을 노렸다. 공격숫자를 늘리며 생긴 수비적인 약점은 스리백을 통해 메우려고 했다. 수비수 숫자를 늘리며 역습에 대비하는 형태였다. 김진수가 내려가면 순간적으로 박지수가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하며 포백으로 변하기도 했다.

일단 이론적으로는 그랬다.

문제는 이 전술이 단 몇일간의 훈련으로 완성되기에는 너무 어려운 전술이었다. 밸런스가 너무 자주 무너졌다. 전문 수비수가 아닌 황희찬이 뒷공간을 자주 내주며 박지수 쪽이 자주 뚫렸다. 백승호의 커버플레이도 이란전 같지 않았다. 이강인이 열심히 수비 가담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었다. 밸런스가 무너지다보니 압박의 강도도 약했다. 선수간 간격이 너무 벌어지며 압박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여러차례 철렁한 정면을 내줬던 수비진은 권창훈의 실수로 한 골을 내줬다. 그나마 기대했던 공격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황희찬은 너무 측면에 서서 정적으로 공을 받았고, 권창훈과 이강인의 플레이메이킹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손흥민이 공을 받으러 내려오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전반 좋은 장면은 전반 13분 김진수 손흥민 권창훈으로 이어지는 콤비네이션 단 한차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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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후반에도 같은 전술을 내세웠다. 멤버만 변화를 줬다. 황의조 정우영(알사드) 김영권(감바오사카)이 투입됐다. 커버 범위가 넓은 김민재를 황희찬 뒤에 배치했고, 후방에서 볼처리가 미흡했던 정우영을 넣어 템포를 올리도록 했다. 이른 시간 결실을 맺었다. 2분 정우영의 오픈 패스를 손흥민이 잡아 크로스를 했고, 황의조가 멋지게 짤라먹으며 동점골을 넣었다. 벤투 감독은 나상호(FC도쿄)와 '깜짝 발탁' 이동경(울산)까지 투입하며 실험의 폭을 더욱 넓혔다. 나상호는 투톱 자리에, 이동경은 오른쪽 윙백 자리에 섰다.

벤투 감독의 여러 진단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은 계속됐다. 물론 실험이 이어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오른 측면에서 뒷공간을 내주며 여러차례 가슴철렁한 장면이 이어졌다. 역습 상황에서 상대의 속도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상대의 결정력이 좋았더라면 완전히 무너질 수 있었던 경기였다. 공격에서도 골장면 외에 날카로움이 없었다. 특히 이강인 권창훈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놓고도 창의적인 빌드업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1대1에 의존하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벤투호는 후반 40분 황의조가 역전골을 넣었지만, 후반 막판 한골을 내주며 2대2로 비겼다. 벤투 감독의 실험은 의미가 있었지만, 내용면으로는 명백한 실패였다. 물론 첫번째 상대인 투르크메니스탄보다 조지아가 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유의미한 장면이 없었고 더 좋아질 것 같다는 희망도 크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기존의 4-1-3-2가 답으로 보인다.


이스탄불(터키)=조성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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