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2019년 프랑스여자월드컵 직후 일본 여자축구가 리그 프로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1년 여자월드컵 우승, 2015년 여자월드컵 준우승팀인 일본은 올해 프랑스월드컵 16강에서 네덜란드에 1대2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번 여자월드컵에서 아시아 대륙의 쇠락은 극명한 현상이었다. 유럽 대륙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스피드와 피지컬에서 앞선 유럽선수들의 기술력, 경기력까지 눈부시게 진화했다. 지난 4년새 자국 리그 활성화와 프로화, 여자 유로, A매치 등 다양한 경기 경험을 통해 성장한 유럽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일본은 프랑스월드컵 4강에 오른 잉글랜드가 2018년 프로리그 출범 후 빛의 속도로 발전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맨시티, 첼시, 맨유 등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여자축구단을 직접 운영하며 남자축구의 선진 노하우가 여자축구에 그대로 전수됐다. 일본 고베아이낙에서 2014년 첼시 레이디스로 이적했던 잉글랜드리그 7년차 지소연은 "처음 첼시에 갔을 때만 해도 일본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잉글랜드 여자축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것이 느껴진다. 지난해 프로화 이후 연봉, 훈련장, 경기장 등 모든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 좋은 선수들이 리그에 많이 유입되면서 경기력이 굉장히 높아졌다. 다른 리그로 이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축구협회는 지난 11일 이사회에서 여자축구 프로리그 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프로화에 대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빠르면 2021년 가을 시즌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일본 여자 실업축구 나데시코리그는 10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새로이 출범할 프로리그는 8개 팀으로, 유럽리그와 똑같이 가을에 시작해 봄에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구상중이다. 일본 역시 2023년 여자월드컵 유치를 신청해놓은 상황, 월드컵 직후 발빠른 행보가 눈에 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현상황에 대한 위기감, 프로화 추진, 여자축구 과제 산적'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세계 여자축구의 흐름, 프로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본축구협회 관계자 역시 "지금 일본 여자축구는 정체된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며 위기감을 표했다.
프랑스여자월드컵 조별리그에서 3패를 떠안고 16강에서 탈락한 한국 여자축구 역시 변화와 도전이 시급하다. '한수위' 일본의 발빠른 행보는 눈여겨볼 부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23년 남북 여자월드컵 공동유치를 목표 삼고 있다. 프랑스여자월드컵 현장에서 WK리그 지도자들과 동행한 홍명보 전무가 여자축구인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였다. '프랑스여자월드컵 선수단장' 김판곤 협회 부회장 역시 여자축구가 새로운 비전과 장기계획을 수립해나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100억 원 후원을 약속한 가운데, A매치 정례화를 시작으로 WK리그를 비롯한 여자축구 발전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할 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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