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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7)은 6월,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현대산업개발(HDC)회장으로 기업인인 그는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과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은 프랑스 여자월드컵 현장을 누볐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파리 총회에 참석했고, 국내에서 열린 이란과의 친선 A매치 현장도 챙겼다. 최근엔 '리틀 태극전사'들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
2선에서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는 정몽규 회장은 당장 눈앞의 성적 보다 한국 축구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3년 전 축구협회장에 재선될 때 공약이었던 '축구종합센터 건립' '디비전 및 승강제 구축' 등의 프로젝트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1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만난 정몽규 회장은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 우리 때와는 다른 것 같다. 직접 신입 직원 인터뷰를 해봐도 확실히 다르다. 주장도 강하고, 색깔도 있다"고 말했다.
-'리틀 태극전사들'이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인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최근 몇년 동안 각급 대표팀의 국제대회 성적부진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호성적은 어떤 의미가 있나.
-러시아월드컵 이후 거액을 투자해 외국인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꾸렸다. 조금 있으면 벤투호 출범 1년을 맞게 된다. 회장으로 그동안 A대표팀과 벤투 감독이 걸어온 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우승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카타르월드컵까지 길게 준비해보자는 차원에서 벤투를 선택했다. 포르투갈 축구와 포르투갈 지도자의 국제 경쟁력은 증명이 됐다. 우리 축구가 '빌드업'이 잘 안 됐는데 그걸 해보려는 차원이었다. 벤투호가 많은 시도를 해보고 있다. 좋은 시도다. 국가대표팀 뿐 아니라 연령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모든 팀으로 퍼져나갔으면 한다. 협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8인제 축구'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들의 창의적인 축구를 유도하고 있다.
-아시안컵 목표 달성 실패 후 벤투 감독이 아직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축구라는 게 아시아 축구와 다른 축구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
-벤투 감독 및 포르투갈 코치들에게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하나.
단기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시간이 걸린다. 아직 A대표팀에서도 빌드업을 제대로 못 한다.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봤다. '롱 볼'을 통한 단조로운 공격으로는 안 된다. 유소년부터 빌드업을 하면 우리 축구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2023년 남북여자월드컵 공동 유치에 대한 프랑스 여자월드컵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했나. 또 유치 가능성은 있나.
그동안 여자월드컵은 주로 북미나 유럽에서 열렸다. 현재 2023년 여자월드컵 유치를 신청한 나라는 총 9개로 대륙 별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 남미 4개,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에서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는 호주, 일본 및 남북 등이다. 우리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FIFA 등 세계는 남북 평화에 관심이 있다. 인판티노 FIFA 회장도 관심을 갖고 있다. 남북한이 같이 유치신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 정치 경색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단독 유치한 후 북한과 함께 할 수도 있다.
-여자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서 3전 전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향후 5년간 100억원 후원을 약속했다. 향후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어떻게 쓸 계획인가.
여자축구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A매치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 1년에 2회 이상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공부하는 운동 선수'를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일반 학생들은 거의 운동을 안 한다. 공교육에서 스포츠를 강조하지 않는다. 또 샤워장도 제대로 없는 학교도 많다. 여학교 농구부 선수가 6명 밖에 안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남자 학교 구기 종목 팀 보다 여자 팀은 고사 위기에 처한 경우가 많다. 협회 차원에선 모든 노력을 하려고 한다. 선수 풀을 키워야 한다.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 골프 수영 같은 개인 운동을 하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시켜야 한다. 국회의원, 문체부 인사들을 만나봐도 이 부분에 대한 국가적인 아젠다가 없다. 우리나라는 극과 극이다. 스포츠를 직업으로 하는 엘리트와 아예 안 하는 일반인으로 분류된다. 단계별로 봤을 때 가운데가 없다. 장기적으로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 샤워장 라커룸 같은 걸 만들어주고 학생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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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재선 공약 중 하나였던 새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이 부지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다음 단계를 맞았다. 우선 협상 1순위로 충남 천안시가 선정됐는데 적절한 선택이었나.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파주NFC는 전국 각지 축구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또 지금에 와서는 규모가 작다. 2001년 완공된 후 무상 기간 20년이 길어보였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규모가 큰 센터가 필요했다. '제2의 NFC'로 천안시가 제안한 후보지는 위치나 땅 모양이나 지자체 의지 모두 만족스럽다. 그 지역의 특정 장소를 잘 살폈다. 장소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땅 모양, 조건을 잘 살폈다. 최종 후보지 8곳을 다 가봤다. 천안 후보지 땅이 토목비용도 적게 들고, 구릉도 약간 있고, 숲도 있고 좋았다.
-예정대로 2024년 천안시 입장휴게소 근처에 현 파주NFC의 약 3배 규모 새 축구종합센터가 만들어진다면 한국 축구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축구협회 입장에서 시설 인프라 구축은 많을수록 좋다. 최소 11면의 그라운드가 생긴다. 초중고 지도자들의 교육, 심판 교육 등을 위해 전국에서 쉽게 접근해서 할 수 있다. 우리 축구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 재교육이 중요하다. 여러 그라운드 면이 있어 각종 대회를 적은 비용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비용을 많이 안 쓰고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지금 계약에 앞서 천안시와 우리 협회 실무자들이 협의 중이다. 우리와 지자체가 모두 도움이 되는 쪽이어야 한다.
-현재 서울시 신문로 소재 축구회관은 매각 절차를 밟게 되는 건가.
앞으로 지자체와 협의하기에 달렸다. 집을 새로 산다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희생이 따라야 한다. 내 생각은, 현재 축구회관을 남겨두려고 한다. 수도권에도 사무실 기능을 할 곳이 있어야 한다. 미리 정할 수는 없다. 보유했으면 한다. 파주NFC도 계속 파주시와 얘기해야 할 것이다. 축구 용도로 써야 한다.
◇3선 도전 여부에는 즉답을 피했다
-올해 들어 대한축구협회는 디비전 시스템 완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따로 떨어져 있는 내셔널리그(실업축구)를 끌어안아 K3~K4를 재편하는 모양새다. KFA가 현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너무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승강제를 K리그 1~2부에 적용한지 제법됐다.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치열한 경쟁을 안 하면 맛이 없어진다. 강등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게 축구의 묘미일 수 있다. 그래야 관중이 늘어난다. 우리도 유럽처럼 빨리 승강제가 완전히 도입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축구계가 더욱 건전해진다. 더 효율적이고 투명해질 것이다. 1~2부에 승강제 도입할 때도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다 해결하면서 변화를 할 수는 없다. 그런 변화는 어렵다. 충분히 내셔널리그 관계자 분들의 얘기도 듣고 있다.
-디비전 시스템 구축은 3년전 재선 공약이었는데,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임기내에 이 과업도 수행하고 싶은 건가.
내 임기 내에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기초를 다지고 싶다.
-내년 말 있을 대한축구협회장 3선에 도전할 생각인가.
임기 안에 가장 중요한 축구종합센터 기초를 충분히 닦아 놓아야 한다. 승강제와 우리 축구의 체질을 바꾸는데 관심이 많다. 이걸 해야 한다. 내가 한다고 우리가 모든 경기서 다 이길 수는 없다. 기초를 잘 닦아 놓으면 앞으로 이길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 축구가 세계에 나가서 잘 할 것이다. 3선 도전은 (지금)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하루 하루 중요한 일들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정 회장에게 '축구'는 무엇인가.
그동안 구단주, 축구협회장, 프로연맹 총재를 했다. 나는 축구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 회사 경영이 본업인데 회사 경영과 축구협회 운영의 유사점이 상당히 많다. 회사 모든 조직의 문제점이 우리나라 축구대표팀과 닮았다. 우리는 그동안 윗사람의 지시로 성장했다. 우리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면 늘 같은 걸 틀리지 않게 반복 훈련해 왔다. 다음 단계로 도전하지 않았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평소 축구를 직접 즐기나.
1년에 축구를 100경기 이상 본다. 축구를 하루에 두세 경기 볼 때도 있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직접 뛰는 경우도 많다. 집무실 옆에 축구장(풋살장)이 있다.
-최근 정운찬 KBO 총재와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는데, (축구인들에게)추천하고 싶은 책 3권 정도를 소개해달라.
(정 회장은 고민한 후 협회를 통해 3권의 도서를 추천했다) '결정, 흔들리지 않고 마음 먹은 대로(애니 듀크)'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로버트 H,프랭크)' '삶의 진정성(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을 추천하고 싶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프로필
생년월일=1962년 1월 14일 출생지=서울 학력=용산고-고려대-영국 옥스퍼드대 석사주요 경력=울산 현대 구단주(1994~1996), 현대자동차 회장(1996~1998), 전북 현대 구단주(1997~1999), 현대산업개발회장(1999~현재),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2000~현재),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2011~2013), 리우올림픽 한국 선수단장(2016), 대한체육회 부회장(2017~현재), 아시아축구연맹 부회장 및 집행위원(2017~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회장(2018~현재) 대한축구협회장(2013~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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