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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경기라고들 한다. K리그 최초로 0-4 스코어가 5대4로 뒤집혔으니 그럴만도. K리그1 최초 양 팀 선수가 동시에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더구나 강원 FC는 후반 25분 이후 5골, 후반 추가시간에만 3골을 터뜨렸다. 축구게임에서도 쉽게 나올 것 같지 않은 일, 보고도 믿기지 않은 일이 2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벌어졌다. 강원 FC의 승리를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 25분 동안 경기장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였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해외토픽 경기'에 흥분할 때(경기장을 찾은 포항팬 지인은 '뭐 이런 경기가 다 있냐ㅋㅋ'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강원과 포항 스틸러스의 두 수장들은 웃지 못했다.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며 4연패 늪에 빠진 포항의 김기동 감독(48)은 어두운 표정으로 "할 말이 없다. 오늘 반등하고 싶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충격이 컸다.
헌데 5월 19일 성남 FC전(2대1) 이후 5경기만에 승리를 따낸 강원 김병수 감독(48)의 인터뷰 톤도 다르지 않았다. 기자회견실 테이블에 앉자마자 "기쁨과 슬픔이 왔다 갔다 했다. 솔직히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왜일까. "우리가 원하는 게임을 하지 못했다. (후반 12분만에)4골을 허용한 상태에서 감독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벤치에 앉아있어도 산 게 아니다"라며 승리로도 가려지지 않는 '4실점'을 꼬집었다. 기적처럼 5골을 몰아쳤지만, 4골차를 뒤집는 이런 역전극이 또 나올 확률이 희박하다는 걸 산전수전 다 겪은 축구인이 모를 리 없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조재완도 "선수들이 안이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4골을 먹은 것이다. 자칫 광연이에게 최악의 데뷔전이 될 뻔했다"고 말했다. 이광연은 "실점 상황이 어디서 시작됐든 마지막은 저로 끝난다. 실점했다는 게 굉장히 아쉬웠다. 오늘 많은 걸 얻었다. 훈련장에서 고쳐야 한다"며 "이 경기가 의지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승패가 갈렸지만, 숙제는 두 팀 모두에게 주어졌다.
춘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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