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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설빈,눈물의 약속"노르웨이전, 팬들께 웃으며 손흔들 수 있도록"[女월드컵 현장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6-15 07:30



[랭스(프랑스)=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를 위해 꿈을 키우는 선수들과 어디든 함께 해주시는 팬들을 위해 끝까지 뛰겠다."

윤덕여호의 베테랑 공격수 정설빈(30·인천 현대제철)이 15일(한국시각) 프랑스여자월드컵 노르웨이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프랑스 랭스 스타드 루이블레리오브트니 훈련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눈물의 각오를 전했다.

정설빈은 윤덕여호의 간판 공격수다. 캐나다여자월드컵에 이어 4년만에 찾아온 프랑스여자월드컵,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프랑스와의 개막전(0대4패), 나이지리와의 2차전(0대2패)에서 정설빈을 원톱으로 썼다. 최전방에서 끊임없이 기회를 노리고 절실하게 뛰었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노르웨이전, 한국은 A조 4위다. 16강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노르웨이를 상대로 다득점 승리 후 다른 팀의 상황을 지켜봐야한다. FIFA랭킹 12위, 프랑스에 1대2로 패했지만 시종일관 팽팽한 경기를 펼친 강호 노르웨이는 객관적 전력, 체력, 체격, 스피드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우위다. 목표 삼았던 2회 연속 16강이 멀어지고 있는 상황, 윤덕여호 선수들은 어떤 마음으로 노르웨이전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설빈은 "여자축구 꿈나무들과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팬들"을 이야기했다.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저희를 보고 꿈을 키우는 선수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른인 선수들은 대부분 이번 대회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어떤 팬 분들은 투지가 부족하다는 말씀도 하셨다. 저희가 첫 경기에서 큰 점수차로 졌고,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다. 열심히 뛰려고 하는데 결과가 안 따라와줬다. 정말 속상하다. 더 악착같이 해야할 것같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 마지막 경기가 정설빈 개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담담히 대답을 이어가던 정설빈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제가 월드컵에 나와서 선발로 뛴 게 처음이었다. 감독님께서 기대해주시고, 기회를 주셨는데 제가 못해드려서 죄송하다. 골 넣는 위치인 만큼 더 과감하게 해서 팀 사기를 올려줘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베테랑, 최전방 공격수로서 2연패를 안게 된 것에 대해 스스로를 탓했다. "선수로서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1-2차전에 못했던 부분들을 마지막에서 모두 쏟겠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하다보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노르웨이전을 향한 강렬한 각오를 전했다. "무조건 승점을 따와야 하는 상황이다. 선수들도 다 안다.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덕여호 선수들은 여자축구 전체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달려왔다. '우리가 잘해야 후배들도 잘된다'는 책임감, '우리가 못하면 여자축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그래서 매경기 이를 악물고 달려왔다. 나이지리아전 패배 직후, 16강행에 암운이 드리웠을 때 믹스트존이 눈물바다가 된 건 이런 이유다. 정설빈은 "우리가 잘해야 어린 선수들이 희망을 갖는다. 늘 개인보다 여자축구를 생각하면서 훈련하고 경기를 뛰어왔다. 그런 책임감으로 뛴다. 감독님도 선수들 마음을 잘 아시고 정말 섬세하게 준비해주셨다"고 했다. "저희 선수들은 못하는 것도 속상하지만, 우리를 보고 꿈을 키운 선수들에게 좌절감을 주지 않았을까… 마지막에라도 여자축구를 위해 좋은 모습 보이자는 생각으로 마지막 노르웨이전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여자월드컵 파리, 그르노블, 랭스까지 윤덕여호가 가는 곳마다 여자축구 열혈팬들은 대형 태극기를 내걸고, WK리그 선수들의 유니폼을 내걸고, 선수들의 이름과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남자축구처럼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오는 '작지만 강한' 여자축구 팬들이 있다.


팬들을 언급하자 또다시 참았던 눈물이 왈칵 솟았다. "경기 끝나고 나서 인사 드리러 가면 너무 죄송하더라. 여기까지 힘들게 오셨는데 좋은 결과를 못보여드려서 너무 죄송했다. 속상해서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면서 인사할 수도 없고…."

팬들을 위한 마지막 투혼을 약속했다. "마지막 경기,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경기 끝나고 나서 태극기 앞에서 팬 분들께 웃으면서 손 흔들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랭스(프랑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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