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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의 발품스토리]'36년만의 4강' 비엘스코 비아와는 '대~한민국'으로 가득했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9-06-09 15:11


사진제공=붉은악마

[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대~한민국!!"

폴란드의 시골 마을에 '대한민국'이 울려퍼졌다. 120분간의 혈투. 그리고 흘렸던 피까지 싹 마르게 한 승부차기. 결국 대한민국의 젊은 선수들은 환하게 웃었다. 경기장을 찾은 수백명의 한국인들과 함께 36년만에 4강 신화 재현이라는 드라마를 썼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기적을 연출했다. 8일 밤(현지시각)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8강전에서 승리하며 4강에 올랐다. 90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했다. 연장전 30분을 더했다. 120분간의 혈투 속에 3대3으로 비겼다. 승부차기에서도 서로 물고 물었다. 결국 세네갈의 마지막 키커인 디아네가 실축하면서 3-2로 승리했다.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한 후 36년만에 준결승에 올랐다.

4강 진출이 확정되자 정정용호의 어린 선수들은 이광연 골키퍼를 향해 달려나갔다. 골키퍼에게 달려들며 기쁨을 나눴다. 이어 관중들에게 달려갔다.

어린 선수들에게 한국 관중들은 큰 힘이었다. 이날 경장에는 1만여명이 몰려들었다. 이 가운데 300여명 정도가 한국인이었다.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한국과 프랑스의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 개막전을 보고 날아온 붉은악마 회원들이 자리했다. 여기에 폴란드와 유럽 각지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비엘스코 비아와를 찾았다. 티켓은 이미 매진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기장 앞에서 암표를 구매해 들어온 이들도 있었다. 한국팬들은 경기 내내 '대~한민국'을 외치고 '오~필승코리아'를 불렀다. 선수들은 힘이 되어준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함께 승리의 사진을 찍었다. 서로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파리에서 온 우용만 붉은악마 프랑스여자월드컵 원정단장은 "어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파리에서 바로 날아왔다. 여자월드컵 개막전을 보고 2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승리로 피로가 다 날아갔다. 이 기운을 받아 여자대표팀도 선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강인이 경기 중 붉은악마를 향해 독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에게 남다른 승리이기도 했다. 1999~2001년생으로 이뤄진 이번 팀은 그동안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경기력에 대한 걱정어린 시선이 컸다. 2018년 프랑스에서 펼쳐진 툴롱컵이 그 예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0대4로 대패했다. 비난이 쏟아졌다. 10월 아시아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그러나 여전히 싸늘한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에이스 이강인과 합류하지 못한 정우영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올해 4월, 정 감독은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단을 소집한 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U-20 월드컵이 체력만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었다. 본선에서 체력은 큰 힘이 됐다. 정정용호는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해나갔다. 36년만의 4강행은 그동안의 정정용호를 향한 싸늘한 시선을 단번에 따뜻한 관심으로 바꿔버렸다.

경기 후 선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영욱은 "드레싱룸에서 씻을 때까지, 지금까지도 4강행이 실감나지 않는다. 정말 동료들에게 고맙다. 팬들이 보내주신 응원 덕분에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발 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강에 오르면서 자신의 20세 이하 월드컵 커리어를 늘려나갈 수 있게 됐다. 2번의 대회에 나서 9경기에 출전했다. 준결승전과 결승전(혹은 3~4위전)까지 나간다면 최대 11경기에 나설 수 있다. 한국 선수로서는 20세 이하 월드컵 최다 출전이다. 그는 "정말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골이 하나 더 들어가서 3골은 채우고 가고 싶다(현재까지 2골). 경기를 뛰다보면 기록은 세워지는 것이니까 공격적으로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1골-2도움으로 승리를 이끌 에이스 이강인은 "저는 처음부터 형들과 코칭스태프들을 믿었다. 형들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부터 간절하게 하면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좋은 대회에서 좋은 곳까지 가면 좋지 않냐고 했다. 형들이 이렇게 해주고 하면 좋다. 다음 경기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서 결승전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3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린 것에 대해서는 "골이나 도움보다는 팀 승리가 중요하다. 승리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했다.

정정용 감독은 경기 후 "예전에 우리팀을 꾸역꾸역 팀이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개인의 정신력이 다른 팀보다 낫다. 그동안 매도 많이 맞았다. 끈끈하게 잡초처럼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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