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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축구의 가장 큰 콤플레스는 '기술'이었다.
물론 유소년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며, 2000년대 이후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좁은 공간을 개인기로 벗겨낼 수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볼 수 있는 테크니션까지는 아니었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한국축구가 세계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바로 이 기술자가 필요했다. 드디어 그 답을 찾았다.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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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이 대회 최다 우승국이자, 2차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포르투갈을 2대0으로 완파한 아르헨티나였다. 예나 지금이나 아르헨티나에는 특출난 선수들이 넘친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 중에도 빅리그, 빅클럽의 주목을 받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빛나는 별은 단연 이강인이었다. 한국의 '10번' 이강인은 10번의 상징과도 같은 디에고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의 후예들을 상대로, 완벽한 테크닉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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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탈압박 후에는 정교한 킥이 이어졌다. 이강인은 체구는 작지만 임팩트가 대단히 좋다. 전반 두차례의 슈팅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동작이 크지 않아도 공이 정확히, 강하게 나간다. 아직 어리지만 이강인의 왼발은 이미 수준급이다. 아르헨티나전 전반 오세훈의 선제골을 도운 이강인의 크로스는 조금 과장해, 데이비드 베컴의 크로스를 보는 듯 했다. 궤적이나 세기 모두 완벽했다. 이강인의 킥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세트피스였다. 이강인이 차는 프리킥 혹은 코너킥 어김없이 우리 선수들에게 연결된다. 1, 2, 3차전 모두 그랬다. 거리에 상관없이 보내고 싶은 곳에 정확히 볼을 보냈다.
이강인은 이날 혼자 힘으로 아르헨티나를 농락했다. 당황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흔들렸고, 이강인을 막기 위해 거친 반칙을 연발하며 무너졌다. 후반 추가시간 이강인이 벤치로 향할 때 관중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날 이강인이 얼마나 독보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강인 혼자 팀을 승리로 이끈 것은 아니지만, 분명 이강인은 자신의 기술을 앞세워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 수많은 천재들이 한국축구를 수놓았지만, 이강인은 진짜다.이전까지 조직력을 무기로 강팀을 상대하던 한국축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우리가 그토록 꿈꾸던 테크니션' 이강인이라는 특별한 재능을 통해 나타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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