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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서…."
수원은 16일 오후 5시 이란 출신 공격수 샤합 자헤디(24)와의 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이란 명문 페르세폴리스 출신으로 1m87의 장신에 빠른 스피드를 갖춘 자헤디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뿐 아니라 윙 포지션도 소화 가능한 공격수였다. 올해 초부터 남해에서 진행중인 국내 전지훈련에 참가해 입단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거쳤다는 게 수원 구단의 설명이었다.
수원 이임생 감독은 자헤디의 잠재력에 주목했고 잘 키우면 경남에서 뛰던 말컹에 버금가는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구단은 자헤디 영입을 발표한 지 몇시간 만에 구단 홈페이지, SNS 등의 영입 발표문을 삭제했다. 자헤디가 과거 도핑 테스트에 적발된 전력이 알려지면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자헤디는 지난 2015년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이란축구협회로부터 1년 2개월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수원이 계약 해지 결정을 한 배경에는 자헤디 측이 관련 사실을 숨겨 '신의 성실 원칙'을 위반한 것도, 수원 구단이 이런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수원 구단에 따르면 자헤디의 도핑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니다. 수원 관계자는 "요즘 세상에 인터넷 검색을 해도 다 나오고, 선수 영입 작업에서 필수적으로 거치는 신분조회만 하더라도 징계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수원은 도핑 위반으로 인해 이미 징계를 받았고 징계 이후 이란, 아이슬란드 리그에서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일부러 금지약물을 복용한 게 아니라 모르고 섭취했던 가짜 단백질보충제로 인한 것이라는 정상이 참작돼 징계 기간이 1년 6개월에서 1년 2개월로 경감된 점도 고려했다.
이른바 이미 '죗값'을 치른 일을 가지고 같은 사유를 들어 또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영입을 거절할 명분이 못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자헤디 영입 사실을 발표할 때도 전력 자원으로서 선수가 우선이지 굳이 과거 '전과'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수원 구단은 "수영 선수 박태환의 '도핑 파동' 사례도 감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수원의 '판단 미스'가 됐다. 자헤디의 도핑 전력에 대한 여론이 너무 나빠졌다. 팬들의 민심이 이렇게 부정적일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수원 관계자는 "자헤디가 K리그에 등장하면 '도핑' 꼬리표가 계속 떠오를 것이고 이에 따라 악화되는 여론을 구단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결국 수원과 자헤디는 깔끔하게 작별하는 길을 선택했다. 프로 스포츠판에서 보기 드문 해프닝이 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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