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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지난해 9월 항해를 시작한 벤투호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율'이다.
하지만 이같은 자율의 바탕에는 '규율'이 있다. 팀 분위기를 해치거나 기강을 깨면 바로 '아웃'이다. 제 아무리 스타 선수라도 예외는 없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던 2011년, 벤투 감독은 당시 수비라인의 주축이던 히카르두 카르발류와 조제 보싱와를 대표팀에서 제외했다. 당시 카르발류와 보싱와는 각각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잉글랜드의 강호 첼시에서 뛰고 있었다.
카르발류는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훈련 캠프를 이탈하는 사건을 일으켰고, 보싱와는 인터뷰를 통해 벤투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일종의 항명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들이 팀 분위기를 깰 수 있다고 판단, 과감하게 대표팀에서 이름을 지웠다. 벤투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스타를 잃었지만, '팀' 포르투갈은 한층 더 단단해졌다. 포르투갈은 역대 최약체라는 비판 속에서 유로2012 4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승우는 교체 준비를 위해 열심히 몸을 풀고 있었다. 후반 35분 벤치에서 사인이 들어왔다. 교체가 아닌 그만 몸을 풀고 들어오라던 메시지였다. 벤투 감독의 마지막 교체카드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었다. 이승우는 벤치로 돌아오며 물병과 수건을 걷어찼다. 벤치에서는 정강이 보호대를 집어던졌다. 자신을 투입시키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정승현(가시마)이 곁에서다독 거렸지만, 이승우는 끝까지 화를 풀지 못했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다. 중간에 대체선수로 소집된 이승우는 벤투 감독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이승우다.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기에, '이럴거면 왜 자신을 뽑았나' 하는 불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11명의 선수들이지만, 승리를 만드는 것은 23명 전체의 몫이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후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가장 고마워한 선수는 주전으로 뛸 수있는 실력임에도 벤치에서 제 몫을 해준 김병지였다. 단순히 치기 어린 행동으로 이해하기에는, '원팀'을 깰 수 있는 경솔한 행동이었다.
경기에 나설 선수는 감독이 결정하고, 그 책임은 감독이 진다. 벤투 감독의 시각에서 이승우는 23명에는 포함될 수 있지만, 14명(교체선수 3명 포함)에 들어가기에는 아직 부족할 수 있다. 유럽에서 뛴다고, 기술이 좋다고, 인기가 많다고, 무조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의 행동을 모두 지켜봤다. 그는 2~3초간 이승우를 응시했다. 과연 그 순간 벤투 감독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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