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진심인터뷰]'축구여신'이민아"여자축구만의 매력, 女월드컵 응원해주세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1-08 22:45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활약 중인 여자축구 국가대표 이민아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1.04/

조막만한 얼굴에 긴 머리,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깜찍하다. 그라운드 밖 어여쁜 미모에 반해 기대 반 호기심 반, 축구장을 찾는다면 소위 '입덕(오타쿠, 팬이 된다는 뜻의 인터넷 속어)'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팬클럽 '민아월드'의 2000여 팬들이 이미 그 경지를 몸소 체험했다. 단언컨대, 축구하는 이민아가 가장 예쁘다. 긴머리를 한껏 높이 올려묶은 채 쉼없이 깡충깡충 내달린다. 웬만해선 볼을 뺏기는 법이 없다. 넘어지면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난다. 장신 수비수 틈새에서 빠른 발로 볼을 지켜내고, 박스 안에서 상대의 타이밍을 뺏어내는 야무진 드리블로 기어이 골을 밀어넣는 장면은 짜릿하다. 감각적인 패스, 넓은 시야, 과감한 슈팅 능력을 지닌 영리한 미드필더 이민아는 자타공인 윤덕여호의 플레이메이커다.

2019년은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여자월드컵(6월7일~7월7일)의 해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사상 첫 2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도전한다. 월드컵의 해, 일본 고베아이낙에서 첫 시즌을 마치고 돌아온 '축구여신' 이민아를 4일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여자축구 국가대표 이민아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1.04/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1.04/

사진출처=이민아SNS
고베아이낙에서 보낸 첫시즌, 그녀가 배운 것들

2011년 WK리그 인천 현대제철에 입단해 2013~2017년까지 매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리던 이민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 나데시코리그 고베 아이낙 유니폼을 입었다. 준우승은 낯선 경험이었다. 지난 1일 왕후배에서도 연장 승부 끝에 NTV베레자에 우승컵을 내줬다. 이민아는 "항상 우승만 하다가 준우승을 하니까 어색했다. '준우승은 이런 기분이구나' 새삼 느꼈다. 특히 리그 우승을 놓친 것은 처음이다. 정말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시즌 마지막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것은 아쉽고 팀에 미안했다"고 했다.

'WK리그 1강' 현대제철을 떠나 1년간 경험한 일본축구는 어땠을까. 이민아는 "WK리그와 비교해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일본축구를 통해 내가 발전하고 배울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전술이 세밀하고, 좁은 공간에서 압박이 굉장히 심하다. 수비가 2~3명씩 달라붙는다. 탈압박 훈련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엄청 많이 뛴다. 때로는 리그 경기가 국제대회 때보다 더 힘들 때도 있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고 털어놨다. "2011년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 중에 대표팀은 은퇴했지만 리그에선 뛰는 선수들이 아직 많다. 클럽팀이 대표팀보다 더 강한 것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여자축구, 환경적 차이도 체감했다. "관중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왕후배 결승 때는 6800여 명이 왔다. 미디어의 관심도 다르다. 일본은 매경기 기자들이 많이 온다."

일본에서 뛰면서, 월드컵을 준비하는 일본 여자축구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점도 많다. "지난해 요르단여자아시안컵에서 초반 흔들렸던 일본이 결국 우승했다. 미묘하면서도 큰 차이다. 한번 우승해본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일본은 이번엔 또 U-20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여자축구의 미래가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이미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마음이 좀 그랬다. 우리나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번 월드컵도 물론 잘해야겠지만, 그 이후에 대한 준비도 체계적으로 해나갔으면 좋겠다."

축구보다 미모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릴 때가 더 많았지만, 이민아는 또렷한 실력과 올곧은 소신을 지닌 프로페셔널이다. 가슴에 간직해둔 이야기를 꺼냈다. "가끔 '여자가 무슨 축구냐'라는 댓글을 보면 속상하다. 축구라는 종목에 남자, 여자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다. 축구 자체가 좋고, 그 자체가 재미있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뛰면서 놀란 것은 동료들이 5~6세에 공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자아이들에게도 그런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남자축구는 남자축구만의 매력이 있고, 여자축구는 여자축구만의 매력이 있다. 남자선수의 스피드와 힘을 우리가 따라갈 수는 없지만 여자축구 나름의 매력과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비교하지 말고 많이 지켜봐주시고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17년 올해의 선수상  사진제공=KFA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활약 중인 여자축구 국가대표 이민아가 스포츠조선 독자들과 여자축구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했다. .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1.04/

출처=KFA
2019년 프랑스여자월드컵의 해, 더 큰 책임감으로…


2019년 프랑스여자월드컵, 2회 연속 16강 이상 성적에 도전하는 한국은 소위 지옥의 조, A조에 편성됐다. 6월 8일 홈팀 프랑스와 개막전을 치른 후, 6월 12일 아프리카 최강팀 나이지리아와 2차전, 6월 18일 '여자발롱도르'가 건재한 노르웨이와 3차전을 치른다.

이민아는 조추첨 결과에 대해 "다들 유럽 두 팀은 될 줄 알았다. 홈팀만 피하자 했는데 홈팀이 걸렸다. 나이지리아는 우리가 20세 월드컵 3위할 때 준우승한 팀이다. 강한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지옥의 조에 대처하는 그녀의 자세는 담담했다. "월드컵 예선 때부터 험난했지 않나. 평양에서 북한과 붙었다(1대1무). 그때 이미 최악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웃음) 북한을 넘고 나니 요르단아시안컵(최종예선)에선 호주, 일본 등 강팀과 한조에 몰렸다. 결국 월드컵 본선까지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 2017년 4월, 북한 김일성경기장 5만 관중앞에서 동점골을 터뜨리고 조1위로 월드컵 티켓을 사실상 확정지은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그날의 경험이 월드컵 무대에서도 큰 힘이 될 것같다"고 했다. "어차피 우리는 꽃길을 걸어오지 않았다. 매순간이 가시밭길이었고 그동안 함께 잘 헤쳐왔다. 죽음의 조에서 늘 살아남았다. 하늘이 주신 또 한번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꼭 살아남으라고 하늘이 준 기회…. 첫경기 프랑스전을 잘 치르면 자신감을 얻어서 나이지리아, 노르웨이전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민아는 4년전 캐나다월드컵 사상 첫 16강 현장에 함께하지 못했다. 2010년 U-20 여자월드컵 3위 멤버인 이민아의 첫 성인월드컵이다. "4년 전 캐나다에서는 뛰지 못했다. 프랑스에선 여자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여자축구를 이끈다는 생각으로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월드컵 인터뷰 내내 그녀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책임감'이었다. "우리가 이번에 꼭 잘해야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는 책임감,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부담감을 갖고 간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들 모두가 발전하고,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1988년생 언니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우리가 끝나면 1994년생 (장)슬기, (이)금민, (이)소담이가 우리 여자축구를 이끌어야 한다."

변변한 A매치도, 지원도 없이 여자축구는 캐나다월드컵 사상 첫 16강, 2회 연속 월드컵 진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동메달 등 굵직한 역사를 써왔다. 열악한 지원 속에도 성적을 내는 힘을 묻자 이민아는 "우리는 절실하다. 이 악물고 하다 보니…"라고 했다. "월드컵에 나가고, 메달을 따는 것? 우리가 그 정도는 해야 한다. 축구선수는 우리 직업이다. 우리가 성적이 더 좋았다면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 더 잘해야 관심도 지원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여자축구대표팀은 새해 첫 대회인 중국 4개국 대회 출전을 위해 10일 파주 NFC에 집결한다. 이민아에게 새해 목표를 물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월드컵에 나가서 우리나라 여자축구에 한 획을 긋는 것"이라고 즉답했다. 여자축구 팬들을 향한 따뜻한 새해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프랑스여자월드컵 많이 응원해주세요!"
삼성동=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축구여신 '이민아 인터뷰

출처=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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