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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비주류 반란' 김종부 경남 감독 "올해는 작년보다 더 운세가 좋다는데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1-03 05:30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운세가 좋대요."

김종부 경남 감독은 활짝 웃었다. 그에게 2018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다. K리그1(1부리그) 승격 첫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준우승을 달성했다. 시도민구단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었다. 김 감독은 '킹종부'가 됐다.

김 감독은 현역시절 '비운의 스타'였다.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의 주역이었던 그는 대우와 현대의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리며 '천재'에서 '잊혀진 선수'가 됐다.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던 김 감독은 지도자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학원축구, K3 등 밑바닥부터 내공을 쌓은 김 감독은 꿈에 그리던 K리그 입성 후 가능성을 보여줬고, 2018년 마침내 폭발했다.

누구보다 화려한 2018년을 보낸 김 감독은 그 보다 더 빛날 2019년을 꿈꾼다. 김 감독을 경남의 첫번째 소집이 진행된 2일 경남 함양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함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꿈같은 한해를 보냈다.

월드컵 골 넣을때보다 더 기뻤다. 기대반 걱정반 속에 시즌을 시작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사실 2부리그에서 우승을 하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우리가 1부에 올라와서 어느 정도 있다가 바람을 탄게 아니라 2부리그 부터 내실을 다져왔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솔직히 처음 부임했을때만 하더라도 여러면에서 최악이었다. 지원은 없었고, 스쿼드는 내셔널리그 급이었다. 그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바닥부터 치고올라가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했다. 돌아보니 정말 힘든 길을 걸어왔더라. 스포츠라는게 참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우리가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고비도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는 점에서 잘했구나 싶다. 이제 앞으로도 상위권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다.

-무엇이 그렇게 잘됐나.


인생도 그렇지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야다. 시야가 중요한 이유가 넓게 봐야 많은 것이 보이고,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다. 볼을 받기 전에 먼저 상황을 읽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움직임을 할 수 있다. 이런 시야를 갖췄을때 필요한 것이 5m 싸움이다. 축구에서 스피드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100m 기록이 중요한게 아니다. 5m 내에서 얼마나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으냐에 따라 속도가 결정날 수 있다. 다시 한번 시야를 이야기하면 이미 1초만 생각이 늦어도 상대는 5m를 앞서간다. 그러면 늦는다. 이 두 가지만 강조해도 가진 실력에 30% 이상의 능력을 올릴 수 있다. 경남이 이 부분에서 많이 좋아졌다. 팀적으로는 협력 플레이가 잘됐다. 우리 팀은 말컹의 득점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짜여졌다. 그래서 측면 공격을 강조했고, 다른 선수들이 이에 맞춰 헌신적으로 움직였다. 중간에 불만도 있었지만, 서로 이해하며 잘 넘길 수 있었다.

-아쉬웠던 부분은 없었나.

사실 지난 시즌 축구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중앙에서 멋진 마무리패스로 골을 결정짓는 플레이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자기가 원하는 축구가 있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는 '패스축구', 누구는 '수비축구'를 하겠다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팀은 절대 맡을 수 없다. 그렇지 않은 팀을 가지고 성적을 내는게 지도자의 숙명이다. (김종부의 이상적인 축구는)다같이 하는 축구다. 골키퍼부터 빌드업해서 다같이 하는 축구다. 스페인식 축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바라는 축구는 어느 한 특정 선수에 의해 결과를 만드는게 아니라 다같이 하는 축구다. 키가 큰 선수, 작은 선수, 빠른 선수, 느린 선수 모두 골고루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축구가 한국축구만의 색깔이었고, 앞으로도 이를 강조해야 한다. 냉정히 기술로 세계를 상대하려면 아직 멀었다.

-말컹이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도민구단에 있는만큼 받아들여야 한다. 선수단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공격패턴이나 시스템도 함께 바뀔 수 있다. 그래도 수비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이전까지 측면 크로스만 강조했다면 이제는 사이드에서 2대1, 3대1로 만드는 세밀하고 디테일한 형태의 공격 전술을 만들고 싶다. 미드필드에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고, 말컹하고 다른 결정력을 갖춘 선수를 더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무리하게 바꾸지는 않는다. 선수들이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역효과만 날 수 있다.

-다음 시즌 아시아 무대에 도전한다.

내 입으로 자신있다는 소리는 못하겠다.(웃음) 속으로는 자신감이 없지는 않다. 아직 K리그가 아시아에서는 상위클래스다. 우리는 그런 K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 2위라면 아시아에서도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리그 병행이 힘들다고 하지만, 지난 시즌 주중 경기를 많이 경험했고, 체력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체력은 멘탈이다. 많이 뛰어서 만드는게 아니라 한번 정도 그 고비를 넘겨주는게 더 중요하다. 선수단 구성만 잘 갖춰지면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선수시절 트라우마는 다 씻었나.

이제 다 씻은 것 같다. 선수생활 때 전성기를 누리지 못했어도 지도자로 조금씩 그 한을 푸는 것 같다. 대표 선수까지 만들었다. 더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그 힘들었던 축구인생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축구가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 솔직히 아직 상처가 남아있다. 그래서 순탄치 못한 길을 걸어야 했다. 완전 바닥으로 무너질수도 있었다. 축구가 좋아서 버틴게 아닌가싶다. 물론 축구가 미울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같이 가야했다. 때로는 무언가가 밉기도 하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좋아지지 않나. 그래서 행복해지기도 하고, 그런게 삶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에게 '올해가 작년보다 더 좋대요'라고 말하고 다닌다. 점을 본게 아니라 내 생각이다. 그동안 너무 안좋았으니까 내년은 더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산다. 솔직히 작년도 축구 빼고는 안좋은 일이 많았다. 그래도 축구 때문에 버텼다. 지나고 보면 그런게 감동이고, 다시 뛰게 하는 열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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