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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위기 아산 눈물의 우승, 초보 사령탑 박동혁 '형님 리더십' 더 빛났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10-28 16:10


아산 우승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아산 박동혁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2018 K리그2 챌린지 서울 이랜드FC와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의 경기가 27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후반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김도혁(맨 왼쪽)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8.10.27/

경찰축구단 아산 무궁화가 창단 2년 만에 K리그2(2부) 정상에 올랐다. 경찰청의 선수 선발 중단으로 존폐위기에 처한 아산은 서울 이랜드를 잡고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아산 선수단은 우승을 차지하고도 마냥 웃지 못했다.

초보 감독 박동혁 '형님 리더십' 통했다

아산은 2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서울 이랜드와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2 34라운드 원정 경기서 4대0 대승을 거두며 승점 66점으로 남은 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자력 우승했다. 2위 성남FC(승점 59)와의 승점차가 7점 났다.

박동혁 아산 감독(39)은 지난해말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했고, 사령탑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의 '형님 리더십'이 선수들을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로 묶었다. 경찰팀인 아산은 한해에도 선수들이 군제대와 입대로 들고나면서 전력 변동이 심했다. 이명주 주세종 고무열 같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무 생활을 병행하기 때문에 선수단 관리가 쉽지 않다. 박동혁 감독은 "선수들이 처한 상황과 능력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내 색깔의 축구는 그 다음이다"면서 "우리 선수단은 팀이 처한 위기 상황에서도 하나로 똘똘 뭉쳤다. 끝까지 집중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산, 경찰청 선수 선발 없이는 2019시즌 승격은 불가

아산 선수단은 챔피언에 올랐지만 여느 우승팀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박동혁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달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용기를 내 신고했던 수비수 이한샘은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떠올라 눈물을 쏟았다. 아산 구단의 향후 거취는 불투명하다. 경찰청은 선수 선발 중단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아산시, 전 국가대표 선수들, 축구팬들까지 나서 경찰청의 선발 중단 결정을 철회해달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경찰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프로연맹은 "지금 상태로는 아산 무궁화가 우승했지만 내년 시즌 1부 승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아산 선수단은 경찰 신분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따라서 경찰 선수들로 구성되지 않을 경우 승격할 명분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아산 이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 안 된다

프로연맹은 아산 구단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또 프로연맹은 11월 5일 연맹 이사회를 열어 아산의 향후 거취와 승격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산 구단은 박성관 대표가 팀을 유지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아산시(오세현 시장)에 시민구단 창단을 요청했다. 아산시는 최근 시민구단 창단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도 아산 시민 구단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팀 존폐위기를 야기한 경찰청은 아직 공개적으로 책임있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산시와 충남도도 입장을 확정한 건 아니다. 아산 구단 경영진과 프로연맹만 팀과 선수들을 위해 발을 벗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이대로면 아산 무궁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박동혁 감독은 "이만큼 잘했고 우승까지 한 팀을 없애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런 것들이 헛되지 않게 다시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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