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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신(神)'화용이 아니다.
신화용은 지난달 19일 전북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 승부차기(4-2 승)에서도 제주전 예고편을 선사했다. 당시 합산 스코어 3-3이던 후반 추가시간 46분. 아드리아노의 페널티킥을 슈퍼세이브로 막아낸 데 이어 승부차기에서도 전북의 간판 키커 김신욱과 이동국의 슛을 절묘하게 막아내며 승리를 견인한 바 있다.
잇단 승부차기 선방쇼 속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내년 아시안컵에 신화용을 승부차기 전담 골키퍼로 데려가자'며 그의 신묘한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이 코치의 과도한(?) 겸손이다. 제자의 내재적 재능을 업그레이드하도록 인도하는 게 지도자의 능력이다. 이 코치는 신화용이 갖고 있는 배움의 자세가 큰 비결이라고 꼽았다. 작은 것을 가르쳐주더라도 항상 신중한 자세로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데 이같은 자세가 승부차기에서 침착하게 키커의 방향을 끝까지 간파하는 능력으로 발휘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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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치는 "기본이 갖춰진 선수가 작은 부분을 가르침 받아 그것을 응용하려고 하면 능력은 더 업그레이드된다. 화용이가 그런 스타일이다. 박수도 서로 부딪혀야 소리가 나듯이 지도자-제자로서 궁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 코치에 따르면 평소 훈련 때 승부차기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번 전북, 제주전 같은 경우를 의식해서가 아니라 어느 상황에서든 골문 영역 안으로 날아드는 모든 공을 막아야 하는 게 골키퍼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훈련때 신화용 특유의 강점을 발견한다. "훈련인데도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부분 골키퍼는 승부차기 시 키커의 습성에 따라 한쪽 방향을 선택해 몸을 던진다. 하지만 신화용은 미리 속단하는 법이 없다. 키커의 동작을 끝까지 본 뒤 몸을 날린다. 분명히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
이 코치는 신화용의 평소 습관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주전 승부차기에 앞서 '꿀팁'을 전해준 게 있다. "너는 잘 막는 선수다. 그래서 키커들은 분명히 너를 속이려 하지 못하고 머리 속에 그려놓은 코스로 찰 것 같다"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신화용의 승부차기 자신감은 염기훈의 증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연장 후반에 들어가는데 화용이가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15분만 버티자. 승부차기 가면 내가 처리할게'라고, 선수들은 더욱 힘이 났다."
"골키퍼 출신인 내가 봐도 신화용의 선방 행진은 드문 케이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이 코치는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른 듯 과거 승부차기 제도를 회상했다. "끝까지 승패를 가리는 시절이라 승부차기가 엄청났죠. 우리팀이 승부차기를 하면 다 합쳐 1∼2번밖에 패하지 않은 기억이 납니다."
K리그는 1993, 1998∼2002년에 정규리그에서 정규 90분→연장전→승부차기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코치는 당시 수원에서 연속 우승(1998∼1999년)을 경험했고 1999년 베스트 GK였다.
그런 이 코치 밑에서 신화용이 '신의 손' 계보를 잇고 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