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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김태완 감독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보는 시각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9-18 05:30



군인팀 상주 상무가 부진의 늪에서 간신히 탈출했다.

상주는 16일 강원FC와의 K리그1 28라운드에서 3대2로 승리하며 최근 7경기 연속 무승(4무3패)의 사슬을 끊었다.

1석2조의 승리였다. 승점 32점, 다득점에서 대구에 앞서 9위로 올라서면서 강등권 전남(11위·승점 26)의 추격에서 한숨 돌렸고 오랜만에 원정 다득점으로 선수들 자신감도 크게 회복됐다.

지난 4일 8기 입대자 17명이 대거 전역한 뒤 사실상 팀을 새로 꾸린 상태라 더 값진 '기사회생'이다. 잠깐 웃고 있지만 여전히 걱정이 태산이다. 최전방 공격수가 사실상 없는 기형적인 상황.

그런데도 강등권을 잘 피해가고 있는 건 보이지 않는 긍정 마인드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김건희 너마저….

주민규 윤주태 이광선 김도형 등 공격 자원을 줄줄이 제대시킨 상주는 올시즌 내내 해결사 부재에 시달려왔다. 주민규 윤주태는 장기 부상으로 김병오는 동계 전지훈련 중 불미스런 사건으로 기용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수비수 이광선을 스트라이커로 끌어올려 썼는데 이마저도 없다. 새로 입대한 병사 가운데 수원 삼성 출신 김건희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김건희는 수원 시절부터 발바닥, 발목 통증으로 고생하더니 입대하고 난 뒤 탈이 났다. 족저근막염이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훈련소에서 딱딱한 군화를 신고 생활하느라 통증이 악화된 것 같다. 팀에 합류해서도 투지를 보인다고 통증을 참고 훈련하다가 더 덧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족저근막염은 수술받지 않을 정도라면 무조건 쉬어야 호전된다. 김 감독은 "올시즌에는 김건희가 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건희는 상주에서 유일한 최전방 자원이었다. 김건희가 없으니 윙어로 뛰던 박용지를 끌어올렸다. 강원전에서는 박용지가 페널티킥 2개를 유도하는 등 효과를 봤지만 더이상 백업 자원이 없는 탓에 공격형 미드필더 심동운과 임무 교대를 해야 한다. 게다가 상주는 2선 공격자원까지 모두 살펴봐도 높이에서 너무 열세다. 키 1m83의 박용지가 그나마 장신이다. 세트피스 득점 루트는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김태완표 '긍정 마인드'

"시즌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만들어나가야죠." 김 감독은 다른 팀들처럼 트레이드를 할 수 없는 '특수팀'의 사정에 익숙할 대로 익숙한 상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자원이 없다고 징징거릴 게 아니라 주어진 형편에서 버텨나갈 방법을 찾기로 했다. 똘똘한 해결사가 없으면 미드필더, 수비수를 전천후로 활용해 여럿이 합작해서 완성하는 골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대표급 측면 자원 홍 철, 김태환의 빈자리가 커 보이기는 하지만 아쉬워 한들 '군인팀'은 별 수가 없다. 때문에 김 감독은 새로운 대체자 발굴을 위해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김 감독의 긍정 마인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잘 나타난다. 다수의 축구팬들은 한국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따자 우스갯소리로 "상무팀이 아쉬워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급 빵빵한 자원들을 군대에 데려다 쓸 기회가 날아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국의 금메달은 정말 잘 된 일이다"고 했다. 군 면제를 받은 자원이 빠지는 만큼 그늘에 가려 있던 다른 선수들에게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회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란다. 김 감독은 "군 면제 선수들은 혜택을 받은 만큼 해외리그에서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하면 된다. 대신 면제자가 빠진 덕분에 상무 입대 기회가 생긴 선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면서 "그런 선수들을 모아 상무에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도 또 다른 보람"이라고 말했다. 남이 가진 '큰 떡'을 부러워하기보다 주어진 상황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게 상주의 숨은 저력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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