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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발로 하는 스포츠다. 골키퍼만이 손을 사용할 수 있다. 필드 플레이어가 손을 쓰는 순간은 딱 하나다. 스로인(throw-in)이다. 터치라인을 나간 볼을 다시 그라운드로 보낼때는 손을 사용해야 한다.
그론마크 코치의 영입은 위르겐 클롭 감독의 분석에서 시작됐다. 클롭 감독은 지난 시즌 경기를 분석하던 중 스로인에 주목했다. 경기당 50번 정도의 스로인 상황이 나오는데, 공이 던져진 후 소유권을 너무 자주 잃는 경향을 보였다. 처음에는 볼을 받는 선수들의 위치를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로인 자체를 바꿔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론마크 코치는 세계 유일의 스로인 전문가다. 선수 시절부터 유명했다. 그는 51.33m라는 세계 최장 스로인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스로인'이라는 미지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론마크 코치는 "'내가 롱스로인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서관과 인터넷을 통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스로인'을 전문적으로 다룬 자료는 없었다. 결국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 스로인 기술을 공부한 그론마크 코치는 강의를 하며 선수들을 가르쳤다.
재밌는 것은 스로인 거리가 간단한 연습만으로 금새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론마크 코치는 "간단한 기술과 유연성, 그리고 몸의 형태만 잡아줘도 비거리는 확 늘어난다"고 했다. 지금은 묀헨글라드바흐에서 뛰는 안드레아스 풀센은 그론마크 코치의 지도 아래 스로인 비거리를 25m에서 38m로 늘렸다. 다른 선수들도 비슷하다.
롱스로인이 가시적인 결과를 만든다면, 빠른 스로인과 영리한 스로인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빠른 스로인은 역습 형태를 만들 수 있고, 영리한 스로인은 상대의 압박에서 공을 지킬 수 있다. 역습과 탈압박은 현대축구의 키워드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창출이 필수다. 스로인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론마크 코치의 주장이다. 그론마크 코치는 "빠른 스로인과 영리한 스로인은 경기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 심지어 스로인은 오프사이드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스로인 코치? 나는 세계 최초의 킥오프 코치가 되겠다." 그론마크 코치 선임을 본 영국의 유명한 축구 분석가 앤디 그레이의 조롱이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클롭 감독은 "그는 이미 팀에 변화를 줬다"고 했다. 그론마크 코치도 처음에는 앤드 로버트슨, 조 고메즈,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나다니엘 클라인 등 윙백 위주로 가르쳤지만, 지금은 제임스 밀너, 사디오 마네, 조르지오 바이날둠 등도 스로인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실제 리버풀은 지난 시즌에 비해 더 빠르고, 유려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아스널의 레전드인 이언 라이트는 "조 고메즈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좋은 스로인을 하는 걸 봤다"며 "그론마크 코치가 고메즈에게 뭔가를 가르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세트피스에 많은 연구가 이어지는 것과 달리, 스로인은 아직 저평가되어 있다. 그론마크 코치의 주장대로라면 스로인은 공격전개의 한 축을 맡을 수도 있다. 리버풀이 축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리버풀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염원하던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