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도쿄 바라보는 김학범호, 상비군 체제 빨리 시작하자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9-05 05:20


1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우승이 확정된 후 한국 선수들이 김학범 감독을 헹가래치며 기뻐하고 있다.
보고르(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01/

이제 다시 도쿄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약한 김 감독은 중간 평가를 완벽히 통과했다. 김 감독은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는 성적으로 평가받는다. 지도자라면 그래야 한다. 이보다 더한 악조건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 평가 좋다. 도전하는데 절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라고 자신했다.

사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금메달' 아니면 실패인 무대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 어느때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엔트리 발표부터 인맥 논란에 휩쌓였다. 본격적인 출항도 하기 전에 여론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흔들렸다. 설상가상으로 조편성까지 도와주지 않았다. 주최측의 실수로 두번이나 조편성이 다시 되는 촌극을 빚었다. 다행히 원안대로 대회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스케줄이 꼬였다. 연습경기 조차 치르지 못한 채 대회에 나서야 했다. '백전노장' 김 감독 조차 "이런 과정은 처음이었다. 생각했던 것과 실행하는 것에 차이가 컸다. 힘들었다"고 토로했을 정도.

하지만 김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 실력으로 그 벽을 넘었다. 논란의 와일드카드는 대박을 쳤고, 빠른 전술 변화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김학범식 리더십은 호평을 받았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중간 평가에서 만점의 성적표를 받은 김 감독은 롱런의 기반을 마련했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 흔들림없이 도쿄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도쿄올림픽에 도전하는 김학범호의 첫 관문은 2020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이다. 이 대회는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전을 겸한다. 여기서 3위 안에 들어야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설 수 있다. 개최국 일본이 4강에 들 경우, 4위도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냉정히 말해 이번 대회는 와일드카드의 맹활약이 아니었다면 금메달까지 갈 수 없었다. 김민재(전북) 황희찬(잘츠부르크) 황인범(아산) 등 국가대표급 자원들의 힘도 컸다. 23세 이하 선수들도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는 했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했다. 우리가 매 경기 힘든 경기를 하면서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데에는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오사카) 조현우(대구) 등 한수위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펼친 원맨쇼의 힘이 컸다. 2020년 AFC U-23 챔피언십에는 이들이 나설 수 없다.


물론 멤버는 나쁘지 않다. 축구팬들의 절대적인 기대를 받는 이강인(발렌시아)을 비롯해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정우영, 아쉽게 이번 대회 멤버에서 제외된 백승호(지로나)가 있다. K리그에도 유망주들이 많다. 조영욱(서울) 유주안 전세진(이상 수원) 이상헌 한찬희 이유현(이상 전남) 오세훈 이상민(이상 울산) 등이 이 연령대 선수들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김진야(인천) 송범근(전북) 정태욱(제주) 이승모(광주)도 U-23 챔피언십에 뛸 수 있다.

하지만 이 멤버 역시 포지션별 쏠림 현상이 심하다. 중앙 미드필더는 어느때보다도 자원이 풍부하다. 최전방도 나쁘지 않다. 반면 매 대회마다 한국축구의 발목을 잡는 윙백은 이번에도 약점이다. 2017년 U-20 월드컵에 나섰던 멤버 외에 이렇다할 후보군도 없다. 센터백도 준척급은 많지만, 중심을 잡아줄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 빨리 상비군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어차피 연령대 대표팀의 인재풀은 한정돼 있다. 빨리 소집하고, 자주 모여야 한다. 그래야 포지션 변경도 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다.

');}
이미 다른 나라는 도쿄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다.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아예 21세 이하 선수들을 내보냈다. 중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을 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U-23 연령대에서 중동세는 항상 막강했다. 이제 동남아팀들도 만만치 않다. 베트남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6강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새 틀을 짜야 한다. 김 감독도 벌써 준비에 들어갔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짜지는 않았지만, 이번 대회 멤버들의 집중적인 관리를 약속했다.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이번에 겪은 문제점을 바로 잡으면 더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얻은 경험을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로 만들 생각"이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자카르타에서의 환희를 도쿄까지 이어가기 위한 첫 걸음, 발빠른 상비군 체제의 구축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영상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