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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빛났다. 승리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한국이 23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16강전에서 이란에게 2 대 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지난 경기와 동일한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그동안 컨디션 난조로, 선발 출전하지 못했던 이승우를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 시키며 변화를 줬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승우는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선수들의 호흡도 지난 경기들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박경훈 교수와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은 대표팀의 향상 된 조직적 움직임에 대해서 분석했다.
황의조, 공격 조직을 완성하다
4-2-3-1의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황의조는 지난 경기들과 달라진 움직임을 보였다. 이전 경기까지는 상대 중앙 수비수들 사이에 위치하며 침투에 집중했다. 자연스레 상대 중앙 수비수를 끌어내는 움직임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전방에만 머물지 않았다. 수시로 2선으로 내려오며 상대 수비수를 끌어냈다.
그때 발생한 공간으로 2선의 손흥민과 이승우가 침투했다. 동시에 황의조의 패스 타이밍, 템포 모두 적절했다. 지체하지 않고, 한 번의 터치로 넘겨주면서 찬스를 제공했다. 여기에 황인범의 서포트가 더해지며 공격 작업에 힘을 실었다. 좌, 우 측면으로 넓은 활동 범위를 가지면서 침투하는 손흥민과 이승우를 계속해서 커버했다.
조직적 움직임이 가장 돋보였던 건 득점 상황이었다. 첫 번째 득점에서, 김진야가 안쪽으로 드리블을 할 때 황인범의 측면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1차적으로 좋았다. 김진야에게 수비가 집중되면서 패스를 받은 황인범은 상대적으로 압박에 자유로워졌다. 그때 상대 수비 등 뒤로 빠르게 침투하는 황의조의 움직임이 수적 열세임에도 득점을 만들었다.
두 번째 득점 역시 3자 움직임에 따른 결과였다. 왼쪽 측면에서 이승우가 안쪽으로 드리블 돌파를 할 때, 황의조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이란 수비수 두 명을 끌어냈다. 동시에 반대 측면에서 침투해 들어오는 손흥민의 움직임은 이란의 왼쪽 풀백 잔자납을 끌어냈다. 순간적으로 이승우에게는 슈팅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생겼다. 황의조와 손흥민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이승우의 득점을 도왔다.
측면에서 차이를 만들다
측면 운영도 달라졌다. 이전 경기까지는, 측면 수비수를 이른 타이밍에 높은 위치로 전진시키며 측면 공격수처럼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처음부터 김문환과 김진야를 높은 위치로 전진시키지 않았다. 측면 수비수를 높게 전진시켰을 때는 역습에 취약하고 측면 공격수들의 활동 범위를 제한한다는 단점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번 경기에서는 전진의 타이밍을 늦추며 측면의 약점보다 장점을 극대화했다. 따라서 손흥민과 이승우에게는 앞쪽으로 더 자유로운 측면 공간이 제공됐다.
손흥민과 이승우가 안쪽으로 이동할 때는, 타이밍에 맞춰 적극적인 오버래핑도 하며 측면 공격을 수시로 지원했다. 측면 수비수들의 순간적인 오버래핑 때문에 이란의 풀백들은 압박을 해야 할 타이밍을 계속해서 놓쳤다. 결국 측면에서 많은 공간이 발생했고 다양한 크로스와 3자 패스 등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수비 상황에서도 측면 수비수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란은 양 측면 수비수들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키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한 쪽에서 오버래핑을 나가면 반대편에서는 공격에 가담하지 않고 수비 밸런스를 맞췄다. 안정감을 부여했다. 손흥민과 이승우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도 더해졌다. 그 결과 이란의 공격 상황, 측면에서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미드필더에 대한 커버도 잘 이루어졌다. 수비형 미드필더 장윤호는 공격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자주 이동하며 공격에 수시로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수비 상황에서 장윤호의 전진으로 중원에는 이승모 혼자 남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혼자서 중원을 커버하기에는 기동성이 부족했다. 결국 장윤호가 이탈한 자리를 커버하지 못했고, 중원에서 공간을 많이 노출했다. 하지만 김진야와 김문환이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까지 커버하며 잘 막아냈다. 측면 수비수가 부여한 안정감은 이란의 측면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었다.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공격 속도는 간결하고 빨라졌으며 조직적인 움직임이 이루어졌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갖출 수 있는 전술의 형태도 갖춰지고 있다. 다음 경기인, 8강에서는 이번 대회 가장 강한 전력의 우즈베키스탄을 만난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많다. 무엇보다 예선전에서 드러난 부족했던 부분을 잘 보완하며 승리했다. 성장이 눈에 보였다. 특히 이란과의 경기는 그 성장의 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8강에서도, 과정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승리를 넘어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