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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솔릭'에 강타당한 수원 삼성 초유의 '제주 고립사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8-23 16:29


태풍 '솔릭'으로 인한 결항사태로 인해 제주도에 발이 묶인 수원 삼성 선수들이 제주공항 근처 호텔에서 항공편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수원 삼성



수원 삼성에게 그동안 제주도는 '약속의 땅'이었다.

제주도 원정에서 기분좋은 기억때문이다. 2013년 7월 10일 FA컵 16강전 패배(0대1) 이후 8승3무(FA컵 포함)로 5년째 무패다.

올해 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준비를 위해 약식 전지훈련을 진행할 때도 훈련지로 선택한 곳이 제주도였다.

수원 팬들이 서정원 감독 부임 이후 서귀포(제주 홈경기장)에서 무패 행진을 한다고 해서 '성(서)'을 붙여 '불패의 서귀포'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수원의 제주도는 '통곡의 땅'이 될 것 같다. 수원 선수단이 제주에서 초유의 '고립사태'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태풍 '솔릭'때문이다.

'솔릭'으로 인해 22일 예정됐던 제주와의 K리그1 25라운드가 연기된 수원은 항공기 결항 사태로 발이 묶였다. 지난 19일 전남과의 광양 원정을 마치고 이튿날 오전 여수공항을 통해 제주도로 이동했으니 5일째로 접어든다.

8월 들어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에 빠진 수원으로서는 초유의 악재다. 제주와의 25라운드 연기로 체력을 좀 아꼈겠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선수들 경기력 조절에 초비상이 걸렸다. 고립사태로 인해 아무 훈련도 하지 못한 채 '멘붕'에 빠졌다.

'솔릭'이 제주도를 관통하면서 간판이 날아가고, 나무들이 통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훈련 자체가 불가능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원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경기일인 22일은 물론이고 23, 24일은 항공편이 구해질 때까지 한정없이 기다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제주에서 훈련이나 하면 되지…." 남의 속 모르는 소리다.

태풍이 할퀴고 간 곳에서 훈련 장소도 없거니와 언제일지 모르는 항공편이 구해지면 즉시 '탈출길'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 한다.

당초 서귀포 하얏트호텔에 원정 여장을 풀었던 수원 선수단은 23일 오후 제주공항과 가까운 신라스테이로 급히 이동해 대기중이다. 피트니스클럽에서의 간단한 운동을 제외하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제주도를 빠져나오는 항공편을 구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다. 관광객 등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대기자는 2만여명. 이런 북새통에서 30명의 선수단 단체석을 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당초 23일 오전 예약했던 항공편이 결항돼 오후편으로 잡았지만 역시 취소됐다. 24일 오후 항공편까지 알아봤지만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 태풍이 지나간 제주에서 비행기 이륙이 가능하더라도 김포공항 등 내륙에서 착륙을 장담할 수 없어 "아직 모른다"는 게 항공사의 답변이다. '솔릭'의 이동 속도마저 시속 4km 정도로 느려터져서 예측이 더욱 불가능해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토요일인 25일 항공편이 그나마 유력하지만 이날 저녁 경남과의 26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2위 경남과의 중요한 경기이지만 훈련도 못한 수원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출전해야 한다. 곧이어 29일 전북과의 ACL 8강전까지 기다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수원이 25일 귀가하더라도 경남전은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원으로서는 천재지변으로 경기력 관리에 구멍난 상황에서 경남전을 치러야 하는 현실에 두 번 울 수밖에 없다. 일단 연맹은 연기된 제주-수원 25라운드는 9월 A매치 기간 예비일에 치를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 24일까지 결항사태가 풀리지 않아 제주 원정을 내려가야 하는 인천유나이티드까지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도 있다. 연맹은 수원을 제주에 계속 남겨둬 25일 일정을 제주-수원전으로 치르는 대신 인천-경남전을 당겨서 치르는 방안 25일 수원-인천전을 26일로 하루 늦추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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