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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늦장부리면 좋은 감독 다 놓친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7-09 09:39


5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 6층 회의실에서 국가대표감독선임 관련 소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김판곤 선임위원장과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7.05/

결국은 시간이다.

각국 축구협회는 '포스트 월드컵' 준비가 한창이다. 역시 화두는 감독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한 팀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팀들 역시 새판짜기에 한창이다.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이 물러난 스페인에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 부임이 유력하고, 알제리는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팀을 이끌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다시 데려올 것으로 보인다. 엑토르 쿠페르 감독을 경질한 이집트는 한국행 가능성을 언급했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분주하다. 아시아국가로는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일본은 일찌감치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차기 감독은 외국인이 유력하다. 당초 위르겐 클린스만 전 미국 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보였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소셜네크워크 계정을 통해 "소문은 진실이 아니다"고 올렸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이렇게 각국들이 벌써부터 감독의 거취를 정하고 영입에 열을 올리는 동안, 가장 바쁜 한국은 한발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A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5일 모여, 1차 회의를 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신태용 감독에 대한 거취를 정확히 결정하지 않았다. 후보군에 올려놓고 다시 한번 평가하기로 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을 한 명의 후보로 생각하고 포트폴리오에 들어가 있는 후보들과 경쟁을 붙일 것"이라고 했다.

이 결정으로 협회는 감독 선임에 있어서 빠르게 치고나가기 어렵게 됐다. 감독선임위원회는 월드컵 후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술 연구 그룹(TSG)이 만든 보고서를 확인하고 신 감독에 대한 평가를 하기로 했다. 감독선임위원회는 여러차례 전임 감독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없이 다른 감독과 접촉할 수 없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다시 말해 월드컵 후에나 감독 선임에 대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협회가 슈틸리케 감독에게 줬던 15억원(추정치)은 이번 월드컵에 나선 감독 연봉 랭킹 13위에 해당한다. 이번에 협회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20억원이면 10위권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호세 페케르만 콜롬비아 감독(18억원),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호주 감독(15억원),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13억원), 에르베 레나르 모로코 감독(10억원), 즐랏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7억원) 등 이번 대회에서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인 감독들을 데려오고도 남는다. 이 중에는 협회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감독들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물론 신중한 선택은 좋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감독선임위원회는 기준까지 마련한 상태다. '능동적 축구 스타일'과 '성적(월드컵 지역예선, 대륙컵 우승, 세계적인 리그 우승)'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없다. 좋은 감독은 한정돼 있다. 다른 국가 협회들이 일찌감치 움직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가뜩이나 경쟁력과 매력에서 한발 뒤쳐져 있는 한국이다. 다른 국가가 나서기 전에 선점할 필요가 있다. 좋은 감독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접촉하고,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이미 협회 리스트에 있는 감독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거취를 고민 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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