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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환의 상트 리포트]태극전사여, 저급한 댓글 따위에 흔들릴 때 아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6-25 16:26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예선 2차전이 24일 새벽(한국시각)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렸다. 한국팀이 아쉽게 1-2로 패했다. 손흥민이 장현수를 위로하고 있다. 로스토프(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24/

독일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은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각) 러시아 카잔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을 치릅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두 경기를 했는데 아직 1승도 없습니다. 스웨덴(0대1)과 멕시코(1대2)에 연달아 졌습니다. 독일은 첫판에 멕시코에 당했지만, 두번째 스웨덴전에서 막판 놀라운 뒷심을 발휘한 끝에 2대1 역전승해 기사회생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모든 면에서 열세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1%의 가능성이 있다면 죽기살기로 하겠다" "기적을 바란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신태용호는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두번의 치열했던 전투(스웨덴전, 멕시코전)로 상처를 너무 크게 입었습니다. 주장 기성용(종아리)과 박주호(햄스트링)가 부상으로 나가 떨어졌습니다. 보이는 것 보다 지우기 힘든 깊은 내상을 입은 이도 있습니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와 김민우 김신욱 등입니다. 그 중에서도 장현수는 1~2차전 실수로 '욕받이'가 돼 버렸습니다. 이번이 첫 월드컵 본선 출전인 장현수가 스웨덴전에서 패스 미스를 한 건 분명합니다. 멕시코전에서 잘못 된 태클로 핸드볼 반칙을 범해 PK골을 내주기까지 했습니다. 또 추가 실점을 막는 과정에서도 태클 타이밍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장현수를 두고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민 신문고가 돼버린 청와대 게시판에는 장현수를 어떻게 해달라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습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고위 관리까지 나서 SNS로 장현수 등 태극전사를 보호하자는 식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고, 그 기사에 달린 댓글 민심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흉흉합니다.

한국 축구는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매우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부 열받은 과격한 축구팬들은 장현수의 연이은 실수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박지성 이영표 국가대표를 지낸 해설위원들은 "축구팬들은 비난할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영표 해설위원도 방송 중계에서 다소 과할 정도로 장현수의 플레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습니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멕시코전 후 눈시울을 붉혔다고 합니다.

그럼 이 상황에서 장현수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장현수는 아직 젊고 지금의 기량을 유지 발전시킬 경우 계속 태극마크를 달아야 할 겁니다. 한국 선수 중에 중앙 수비수로 장현수 정도의 기량과 조건을 갖춘 선수가 많지 않아요. 이 정도급의 선수를 길러내기 위해 한국 축구가 투자한 시간과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결국 장현수 스스로가 인생 최대 위기를 잘 극복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선수들은 월드컵 대회 기간 내내 핸드폰, 노트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생활이 매우 단조롭습니다. 훈련 시간은 하루에 평균 1시간 30분을 넘기지 않아요. 미디어와 댓글에 24시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젊고 또 민감할 나이입니다. 그렇다고 다 큰 청년들에게서 휴대폰을 빼앗을 수도 없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SNS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다 큰 성인들에게서 휴대폰 사용을 막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의 쾌거를 일궜던 여자 컬링 대표팀의 5명의 태극낭자들은 자발적으로 휴대폰을 감독에게 반납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대회 기간 내내 그들에게 쏟아진 찬사와 감동의 메시지를 직접 읽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전해 들으며 일전을 치렀습니다. 모든 경기를 마치고 자신들의 달라진 존재감을 알았던 겁니다.

23명의 태극전사들에게 여자 컬링 대표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태극전사들에게 부탁합니다. "정신적으로 강해지세요. 누가 뭐래도 당신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전사들입니다. 저급한 댓글 따위는 잠시 눈을 감으세요. 가슴벅찬 애국가를 듣고 마음속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붓고 당당히 걸어서 나오세요."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스포츠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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