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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끝' 이루지 못한 황선홍 감독의 꿈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4-30 22:18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해가기 보다는 돌파해야 한다."

2016년 6월. 황선홍 감독이 서울의 제11대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인터뷰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FC서울 감독을 맡는다는 것 자체로도 내게는 도전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그 부분에서는 질타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두려워서 피해갈 생각은 없다. 나 자신과 선수들을 믿고 당당하게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서울을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뮌헨과 같은 독보적인 구단으로 만들겠다고 명확한 꿈을 밝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8년 4월 30일. 황 감독이 서울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서울을 떠났다. 서울은 '황 감독이 자진 사퇴의 뜻을 전해와 이를 수락했고, 이을용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사실 황 감독이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2015시즌을 끝으로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던 황 감독은 7개월 만에 현장으로 깜짝 복귀했다. 이유가 있었다. 중국 장쑤 쑤닝의 지휘봉을 잡고 새도전에 나서는 최용수 감독의 뒤를 잇기 위해서였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황 감독은 비교적 빠르게 팀을 장악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다. 전술적으로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실험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즌을 치를수록 집중력을 발휘, 리그 최종전에서 전북을 1대0으로 제압하고 K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시즌,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서울은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예선에서 조기 탈락하며 흔들렸다. 연이은 패배에 팬들은 "정신차려, 서울!"을 외쳤다. 가까스로 리그 5위를 하며 체면은 차렸지만, ACL 진출권을 놓치며 고개를 숙였다.

심기일전. 그러나 올 시즌 초반은 더욱 힘들었다. 개막 6경기만에 첫 승리를 챙길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팬들은 "황새아웃" 플래카드를 들어올렸다. 결국 황 감독은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 팬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은 뒤 자진사퇴를 결심했다. 그는 29일 서울 구단 측에 사퇴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펴지 못한 황새의 날개. 불완전한 리빌딩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황 감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중원의 핵심 다카하기, 주포 아드리아노와 이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오스마르, 윤일록을 일본 J리그에 임대이적 보냈다. 8시즌 동안 서울에서 뛰었던 데얀도 수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굵직한 선수들은 서울을 떠났지만, 제대로된 영입은 없었다.

최근에는 팀 내 불화설을 겪기도 했다. 에이스 박주영이 SNS를 통해 황 감독의 2년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남겨 논란이 일었다. 황 감독의 리더십에 물음표가 붙었다. 팀 안팎으로 내홍을 겪는 동안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결국 황 감독은 쓸쓸히 서울을 떠났다. 그렇게 황새의 꿈도 막을 내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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