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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 아니다. 컨디션 좋은 선수 먼저 골랐다. 골 못넣으면 바로 빼버린다."
오르샤와 황일수 대신 김인성 김승준을 선발로 냈다. 부상 중인 주니오를 대신해 토요다에게 기회를 줬다. 오는 주말 10라운드를 감안한 로테이션이라기보다 반드시 승리에 초점을 뒀다는 게 김 감독의 출사표다.
그도 그럴것이 울산은 8라운드 경남전을 0대0으로 비기면서 4연승에 실패했다. 더구나 인천과의 최근 10차례 맞대결에서 3승4무3패로 팽팽한 균형이었다. 2016년까지 인천을 이끌었던 김 감독으로서는 어느팀보다 패하고 싶지 않은 상대가 인천이기도 하다. 지난해 울산 부임 첫 시즌 인천 상대전적 1승1무1패 가운데 홈에서 이기지 못했으니(1무1패) 더욱 그럴 만했다.
김 감독은 이날 '점쟁이'나 다름없었다. 경기 전 언급한 대로 술술 풀렸다. 김 감독이 '컨디션 좋은 선수 선발 투입'을 말하면서 덧붙인 설명이 "직선으로 뛸 선수가 필요하다"였다. 올시즌 공격 지향적인 스타일로 변신했지만 측면 수비에 허점을 자주 보이는 인천을 흔들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어 김 감독은 주니오 대신 선택한 토요다를 언급하며 "갖고 있는 재능은 좋지만 아직 피지컬이 좋은 한국축구에 적응기가 필요한 것 같다. 주니오가 부상으로 빠진 동안 기회를 줘야한다. 이럴 때 한방만 터지면 자신도 자신감을 찾고 좋을텐데…"라고 했다. 토요다는 그동안 사실 '애물단지'였다. 이전 4경기에 출전해 슈팅을 고작 1개 하는데 그쳤다. 아시아챔피언스리 조별리그에서는 결정적인 찬스에서 '수직상승' 슈팅을 날려 축구팬과 팀을 '멘붕'에 빠뜨리기도 했다. 주니오가 부상으로 빠진 바람에 기회를 얻은 토요다가 쌓였던 설움을 날려주길 바란 게 김 감독의 심정이었다.
김 감독의 두 가지 바람은 보기좋게 맞아떨졌다. 그것도 경기 초반부터 '두마리 토끼'였다. 전반 4분 울산은 천금같은 페널티킥을 얻었다. 김인성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돌파하는 순간 인천 수비수 김동민이 발을 걸었고 휘슬이 울렸다. 김 감독 말대로 '질주마'처럼 측면을 휘젓다가 얻어낸 첫번째 소득이었다. 키커로 토요다가 나섰다. 김 감독이 일부러 기회를 준 게 분명했다. 토요다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를 완벽하게 따돌리며 화답했다. 곧이어 김 감독에게 달려가 와락 껴안았다. 비록 페널티킥이지만 '맛'을 보고 설움도 일부 날릴 수 있는 데뷔골이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울산은 22분 결정타에 성공했다. 리차드가 페널티박스 앞에서 공격가담을 하던 중 고슬기의 반칙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이명재가 특유의 킥력을 앞세워 강하게 직접 슈팅을 날렸고 수비벽에 가담했던 무고사가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자책골이 되고 말았다.
최근 미드필더로 전환해 맹활약하고 있는 리차드는 김 감독이 믿고 쓰는 중원의 '무기'였다. 반면 이기형 인천 감독의 예감은 빗나갔다. 경기 전 "리차드는 공-수 모두 좋더라. 그를 집중 마크하도록 했다"고 했지만 리차드는 상대가 집중 마크할 틈도 주지 않은 채 맹활약했다.
인천은 후반 17분 무고사의 헤딩골을 앞세워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며 맹추격했지만 일찌감치 내준 2골의 벽은 너무 높았다. 8라운드까지 총 7골 가운데 전반에 2골밖에 넣지 못했던 울산에 제대로 허를 찔렸다. 결국 김 감독은 인천과의 홈경기 첫승까지 거뒀으니 '세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었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