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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프로스포츠의 위기, 관중이 줄고 있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4-19 05:35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어떻게 해야 경기장에 팬들이 찾아올까요."

한 축구인의 자조적 한탄이다. 양대 프로스포츠이자 최고 인기종목인 야구와 축구. 대표적 실외 스포츠다. 생갭다 빠르게 위기가 찾아올 조짐이다. 주인, 팬들이 조금씩 줄고 있다. 시즌 초반 관중 행보가 심상치 않다. 선제적 대응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은 7라운드까지 총 25만9137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만6523명이 들어찼던 것과 비교된다. 물론 관중 집계 방식에 변화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부터 유료관중만 공개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 및 MOU 군인 등은 제외다. 단어 그대로 유료 입장권 금액이 찍힌 티켓을 제출하고 입장한 관중만 포함된다. 하지만 관중감소를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현장에서는 '유·무료를 떠나 한 눈에 봐도 관중 수가 줄었다'며 한숨을 내쉰다.

축구 뿐 아니다. 최고 인기스포츠 야구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총 97경기를 치른 17일 현재 관중수는 108만9412명. 역대 최다관중을 동원했던 지난해(840만688명)와 산술적으로 비교할 때 줄어든 수치다. 대표적인 인기구단 롯데의 관중감소 여파가 있다. 롯데는 13일 기준 전년 대비 관중이 20%나 줄어들었다. 롯데는 지난해 평균 1만4424명을 불러 모았으나 17일 현재 홈 13경기에서 평균 1만24명을 동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계절 잊은 추위, 미세먼지의 역습

객관적인 수치는 물론이고 체감상 느낄 수 있는 실외 스포츠 위기감. 이유는 뭘까. 한두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외'라는 특징을 감안할 때 올해만큼은 특히 날씨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갈수록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봄을 잊은 추위가 찾아왔다. 4월의 첫 번째 주말이던 7일과 8일 서울 평균 기온은 4.1도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기온이 14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쌀쌀했다. 최근 30년간 서울의 4월 8일 평균 최저기온이 7도였다는 것만 봐도 크게 떨어진 수치다.

미세먼지의 역습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15일 대구와 강원의 K리그1 7라운드 경기가 열린 대구는 미세먼지 농도가 318㎍/㎥까지 치솟아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급기야 같은 시각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IA와 롯데의 야구경기는 미세먼지로 취소됐다. 당시 광주의 미세먼지 최대 수치는 377㎍/㎥였다.


봄에 잠깐 찾아오던 미세먼지가 일년 내내 상시화 돼가는 상황 속에 자칫 국제대회라도 겹치면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경기수를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경기력은 떨어지고, 트렌드는 역행하고

콘텐트, 즉 내용도 문제다. 팬들은 지지부진한 경기력 혹은 경기 외적 변수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인기구단인 프로야구 롯데와 프로축구 FC서울의 초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경기력 논란은 축구에서 도드라진다. 축구관계자 A씨는 "결국은 경기력이다.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가 제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과 서울의 시즌 첫 번째 슈퍼매치에는 단 1만3122명의 관중이 찾았다. 역대 최소관중. 지난해 두 팀의 첫 번째 맞대결에 3만4376명이 들어찼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올시즌 첫 슈퍼매치에서 두 팀은 지지부진한 경기 끝에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팬들은 '최악의 슈퍼매치'라고 악평했다. '1강' 전북이 평균 관중 1위(1만2125명)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K리그 전체 흥행을 위해서는 수도권 팀들의 선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경기 외적 악재도 꼽을 수 있다. 최근 프로야구의 최고 이슈는 판정 시비다. 심판과 선수 간 갈등, 일관성 없는 선수 퇴장 등에 팬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일부 고액 연봉 선수들의 고압적인 태도도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시대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냉철한 비판도 있다. 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벌써 10년 전 얘기다. 최근에는 축구와 야구 외에도 보고 즐길 것이 많다.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축구 관계자 B씨는 "올해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월드컵이 열리면 자연스레 축구에 관심이 많아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팽배해 있다. 국제대회 성적이 국내리그 흥행에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그 관심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관계자 C 역시 "이제는 꼭 축구와 야구가 아니라도 재미있는게 많다. 그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타를 만들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냉정한 현실지적, 비관적인 예측은 아프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 미래가 있다. 갈수록 악재가 많아지는 실외 프로스포츠의 지속가능한 손님 모시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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