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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축구 초등리그, '8인제' 시행 속 꿈나무가 큰다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04-13 16:54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초등학교 축구리그 꿈나무들이 '8인제 축구'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13일 강원 성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2018년 대교 눈높이 전국 초등 축구리그' 성덕초와 속초초의 경기가 열렸다. 대한축구협회가 2019년 초등학교 8인제 경기를 정식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강원도 축구협회가 1년 먼저 8인제를 도입했다. 기술력, 창의력 향상 등이 주 목적이다. 실제로 이날 선수들은 짧은 패스로 빠른 경기를 펼쳤다. 공수 전환이 쉴 틈 없이 이루어졌다. 성덕초는 0-2로 뒤진 채 후반전을 맞이했지만,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8인제는 한 팀 11명이 아닌 8명의 선수들이 경기를 뛴다. 경기장 크기부터 다르다. 가로 68m, 세로 48m 크기의 운동장에서 경기가 열린다. 성덕초 구장에도 기존 라인이 아닌 주황색 라인이 그려져 있었다. 규격을 줄이면서 표시된 라인이었다. 선수는 총 18명으로 엔트리가 구성되며, 교체된 선수는 다시 투입될 수 있다. 교체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흥미로운 점은 골키퍼를 제외하면, 인플레이 상황에서 심판의 허가 없이 교체가 가능하다.

8인제 축구를 도입한 이유는 '롱 패스' 위주의 축구를 지양하고, 유소년들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새 규정들이 존재한다. 빌드업 능력 향상을 위해 골킥 시, 공이 뜬 채로 하프라인을 넘어가선 안 된다. 인플레이 상황에서도 골키퍼가 발로 차 하프라인을 넘길 수 없다. 만약 하프라인을 넘어가면, 그 지점에서 상대팀에 간접 프리킥이 주어진다. 선수들의 터치 없이 바운드 돼, 하프라인을 넘겼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위한 규칙도 있다. 지도자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할 수 없다. 전반과 후반에 각 2분씩(13~15분, 38~40분) 주어지는 코칭 타임만 활용할 수 있다. 오직 선수 격려와 칭찬만 가능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전반 13분이 되자 2분 간의 코칭 타임이 주어졌고, 선수들은 감독의 지도에 귀를 기울였다. 두 팀 합쳐 5골이 나온 흥미로운 경기였다.

경기를 지켜본 대한축구협회 조덕제 대회위원장은 "이전 대회도 있었고, 여러 경기를 봤다. 일단 지도자들이 참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드리블, 패스를 창의적으로 하더라. 스스로 하는 모습이 좋다. 아직 지도의 범위를 제어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다. 정식 대회에선 어느 정도 배려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 경기를 봤는데, 패싱을 정말 잘하고 전환이 빠른 팀이 있었다. 또 선수들이 볼 소유가 많아지다 보니 자신감이 생긴다. 시기상조지만 기술적으로 많이 향상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반응은 어떨까. 이날 승리한 성덕초 이돈학 감독은 "이제 두 번째 경기인데, 우리 팀의 경우 저학년이 많다. 기술적, 체력적으로 준비가 안 되면 힘들다. 11명이 뛸 때는 조금 부족한 선수들이 있어도 경기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8명은 개개인 기술이 좋아야 한다. 기술과 체력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칭이 제한되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감독은 "아직 경기 중 지시를 못해서 서툴다. 그래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훈련할 때 가르치고 경기장에선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팀 승리를 이끈 5학년 권도윤 군은 "경기장이 좁아 트래핑을 할 때, 많이 달라 붙어서 어려운 부분은 있다. 그래도 확실히 볼을 많이 터치할 수 있다. 골도 많이 나오고 수시로 교체하면서 힘이 덜 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감독의 지시가 없는 부분에 대해선 "지시가 없어 위치에서 자리 잡기 힘든 부분은 있다"고 답했다. 시행 초기라 감독이나 선수나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그러면서도 권 군은 "그래도 8명이 더 재미있다. 11대11은 공을 잘 못잡고 슈팅도 많이 못한다. 8대8은 볼 터치도 많고, 골도 넣을 수 있어 좋다. 공 만지는 훈련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강릉=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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