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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필라테스요?"
지난해, 최재현은 프로 입문과 동시에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과감히 변신했다. 시작은 좋았다. 시즌 초반 연달아 골 맛을 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상이 발목 잡았다. 그는 햄스트링과 발목을 연달아 부상하며 아쉬움만 남긴 채 데뷔 시즌을 마감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실패와 좌절감. 미래의 교훈을 얻으면 시행착오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절망의 나락이 된다. 최재현은 늘 자신의 힘든 역사 속에서 미래를 열어갈 힘을 얻었다. 그의 축구인생은 화려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한 수비수였기 때문이다. 프로 입단도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가까스로 결정됐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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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에도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일단 올해 목표는 다치지 않고 시즌을 마무리하는거예요.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이요."
늘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보다 자신을 이기는게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일을 반복하면서 최재현은 차돌처럼 강해졌다. 그의 각오는 늘 머뭇대지 않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필라테스 수업은 물론이고 훈련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궁리하고 반복 훈련을 통해 체화한다.
"제가 공격 성향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더욱 세밀하게 알려주세요. 세트피스 상황에서 더욱 집중하고 움직인 덕분에 시즌 초반에 운 좋게 골을 넣을 수 있던 것 같아요."
계획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최재현은 올 시즌만 벌써 세 골을 꽂아 넣었다. 그것도 결승골 혹은 동점골로 매우 순도 높은 득점이다. 최재현은 수원과의 개막전에서 후반 45분 극적인 헤딩 결승골로 팀에 첫 승리를 안겼다. 4라운드 대구전과 5라운드 인천전에서는 두 경기 연속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변화는 나보다 남이 먼저 안다. 유상철 감독은 "수비수인데 공격 성향이 강하다. 본인도 의지가 있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니 득점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힘만 있다면 다시 달릴 수 있다. 왜 넘어졌는지를 안다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최재현의 미래가 현재보다 더 기대되는 이유다.
"다음번에는 팀이 꼭 이길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해야죠.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올해는 더욱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