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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플레이오프 앞둔 수원 삼성 '한파와의 전쟁'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1-28 20:23





"한파가 야속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때문에 시즌 준비를 일찍 시작한 선수들만 힘든 게 아니었다.

수원 삼성 프런트도 요즘 죽을 고생이라 "힘들다"는 소리를 달고 다닌다.

수원은 30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FLC탄호아(베튼남)를 상대로 ACL 본선행을 결정하는 PO를 치른다.

해마다 ACL PO는 2월에 열린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월드컵 일정 때문에 1월로 앞당겨졌다. 이런 가운데 생각하지도 못한 '악재'가 겹쳐 홈팀 수원을 괴롭게 하고 있다.

악재는 최근 1주일 넘게 계속된 사상 최악 수준의 한파다. 수원 구단과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열흘 째 초비상이다. 섭씨 영하 10도를 웃도는 한파가 이어지면서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잔디 보호를 위해 경기장을 덮어놨던 대형 방한덮개를 지난 20일쯤 미리 열어놨다. 당시 눈 일기예보가 있던 데다 조금이라도 더 낮시간 햇볕을 받게 해야 얼었던 그라운드가 조금씩 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낮 시간에는 관리재단 직원들이 총동원돼 이른봄 쑥 캐러다니듯 그라운드 곳곳을 살피고 다녀야 한다. 잔디의 습기 때문에 얼어붙은 곳이 발견되면 고운 흙을 뿌려 보수작업을 해야 했다. 이런 고된 작업을 매일 해왔다. 그동안 한파가 가시지 않아 다음날 살펴보면 다른 결빙구간이 또 발견되기 때문이었다.


사실 수원 구단은 경기 시간을 낮시간으로 당기는 방안을 희망했다. 경기 당일 수원 지역의 최저 기온이 영하 13도로 예상돼 야간경기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AFC(아시아축구연맹) 방침상 시간과 장소를 뒤늦게 변경할 수 없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잔디 바로 밑은 맨땅인데 이런 한파에는 맨땅이 돌처럼 딱딱하게 얼어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되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구단측에 대안을 강구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수원 선수들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처음 훈련을 했다. 잔디 상태는 괜찮지만 딱딱한 땅바닥이 부담스럽다는 걱정이 나왔다. 수원 관계자는 "현재 잔디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경기 당일까지 결빙된 곳을 보수하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흔히 경기를 앞두고 실시하는 물 뿌리기도 전면 중단이다. 이 날씨에 물을 뿌렸다가는 축구가 아닌 '아이스하키'를 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시설도 사실상 불능 상태다. 경기장의 대부분 화장실은 동파 우려 때문에 폐쇄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경기장 N석에서는 관중 입장을 가급적 차단하기로 했고 E석 구간의 화장실만 일부 개방하기로 했단다.

그렇다고 한파가 홈팀 수원에게만 고통을 안겨주지는 않을 것 같다. 베트남도 계절은 겨울철이지만 최근 온도가 최저 영상 8∼9도에서 최고 19도 안팎을 보이는 더운 지역이다.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의 한파에 제대로 적응할지가 또 다른 변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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