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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긍연 테크니컬 디렉터 "비싼 선수만 데리고 와 우승하면 구단의 미래는 없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1-17 14:26


조긍연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 사진제공=전북 현대

"비싼 선수만 데리고 와 우승하면 구단의 미래는 없다."

'K리그 1강' 전북의 테크니컬 디렉터로 선임된 조긍연 전 프로축구연맹 위원장(57)은 구단 발전을 위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밑거름은 반드시 '유소년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디렉터는 17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른 구단들에 비해 전북의 프로와 유스의 차이가 크다"며 "유스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스에서도 30% 정도는 육성시켜 프로 팀으로 올려야 한다. 비싼 선수만 데리고 와서 우승 트로피만 가지고 온다고 해서 좋은 구단이라고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다"고 덧붙였다.

사실 전북의 유스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지는 3년밖에 되지 않았다. 2000대 초반 12세 이하 팀이 생겼고 2009년 18세 이하 팀이 창단됐다. 이후 2013년 15세 이하 팀이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완벽한 구색이 갖춰졌다. 이후 전북은 그린스쿨 내 보급반과 육성반 확대로 빠르게 유소년 풀을 늘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발 맞춰 나가야 할 것이 유스 선수들의 프로행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전북에선 2009년부터 2017년까지 9명(이주용 장윤호 박정호 유승민 이재형 권경원 김 현, 김 신 나성은)밖에 유스 출신 프로 선수가 배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디렉터는 "전북은 뿌리에 신선한 거름을 줘 튼튼한 뿌리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3~4년 안에 반드시 프로팀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디렉터는 구단 내 일명 '엄마'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했다. 구단 내 기술적인 부분을 향상시켜 영입 비용을 줄이고 팀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선수들을 영입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든다. 무엇보다 세 명의 외국인선수 중 한 명 정도도 투자 가치를 위해 키울 수 있는 자원이 돼야 한다"며 힘줘 얘기했다.

더불어 "행정과 기술이 분리돼야 한다. 그러면서도 일관된 철학으로 구단이 운영돼야 한다. 지난 30년간 K리그 팀들이 해오지 못한 일이다. 조 디렉터는 "테크니컬 디렉터가 철학을 가지고 중심을 잡으면 새로운 행정가가 와도 운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 디렉터는 이제껏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 전가된 기술적인 모든 걸 자신이 나눠서 짊어지겠다고 했다. 그는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축구가 선진화된 국가에는 테크니컬 디렉터가 있다. 이 기술자가 있으면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짐을 덜게 된다. 당연히 코칭스태프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단의 부가가치 증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백승권 전북 단장의 기조도 조 디렉터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백 단장은 "'전북이 돈으로 선수들을 모아 우승했다'는 얘기가 듣기 싫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구단 시스템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선수를 사오는 구조를 벗어나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시키는 방향을 지향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소년은 클럽 발전의 근간이다. 감독은 단기 성과를 바라지만 구단은 장기적인 관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뿌리를 내리는데 힘을 쏟기로 했다. 전북에서도 AS모나코 출신 킬리안 음바페 같은 선수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유소년시스템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두 단계 인프라 공사를 한다. 올해 1월에는 훈련장 두 개 면 추가공사에 돌입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유소년 숙소를 포함해 전용훈련장을 지을 것이다. 유소년 선수들이 성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공을 차면 보고 배우는 연쇄 효과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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