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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 수원입단 첫경기 득점포…좌충우돌 전지훈련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1-14 18:58


수원 서정원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코치진과 구단 스태프가 12일 전지훈련지인 제주시 애향운동장에 가득 쌓인 눈을 보다 못한 나머지 제설작업에 나섰다. 사진제공=수원 삼성

"액땜 제대로 하네요."

갈 길 바빠서 서둘러 길을 나섰는데 생각지도 못한 고생길이다. 그나마 매를 먼저 맞은 것으로 위안 삼아야 할 판이다.

수원 삼성의 험난한 전지훈련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수원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30일)를 시작으로 다른 팀보다 1개월 이상 일찍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스페인 등 해외 전지훈련은 불가능 했고 제주도 전지훈련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3일 시무식을 하자마자 부지런히 제주도로 향했다.

하지만 선수단 전원이 모이지 못하는 등 훈련 초기부터 뭔가 어수선했다. 팀의 핵심 염기훈은 동아시안컵 대표팀을 다녀오느라 휴식이 더 필요했다. 여기에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이라는 중대 행사가 겹쳐 있었다.

성화 봉송을 위해 국가의 부름을 받은 이는 서정원 감독을 비롯해 염기훈 이종성 유주안이었다. 염기훈은 5일 성화 봉송에 참여한 뒤 뒤늦게 제주도에 합류했고, 이종성과 유주안은 6일 성화 봉송 참여를 위해 제주에서 수원으로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왔다. 서 감독은 7일 경기도 광주에서의 성화 봉송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 했다.

이래저래 '결석자'가 생기며 정상적인 훈련은 힘들었다. 신규 영입자원인 데얀, 바그닝요, 이기제 등이 뒤이어 합류하면서 8일쯤 돼서야 구색이 갖춰졌다. 이제 슬슬 시동을 걸려고 했더니 이게 웬걸, 생각지도 못한 폭설과 한파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10일부터 제주 지역에는 대설주의보→경보가 내려졌고 12일까지 5∼35cm의 눈이 내렸다. 제주국제공항이 폭설로 인한 대규모 결항 사태로 홍역을 치렀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딴에는 국내에서 가장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간 것인데 기상이변에 발이 묶였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결국 11일 야외훈련을 취소하고 실내 체력훈련으로 대체하며 눈이 그치기 만을 기다렸다.

12일 오전 훈련지인 제주시 애향운동장의 '소름 돋는' 설경을 목격한 서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코치진과 구단 스태프 총동원령이었다. 하늘만 쳐다보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눈밭에서 공을 찰 수는 없는 노릇. "안되겠다. 우리가 희생하자. 선수들이 실내훈련 하는 동안 눈을 죄다 쓸어버리자." 이후 우스꽝스러운 풍경이 펼쳐졌다. 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각자 장비를 챙겨 들고 '눈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군대에서나 보던 풍경이었다.

군대 갔다 온 사람은 다 안다. 한겨울 제설작업이 얼마나 지긋지긋한 일인지…. 따뜻한 동네를 골라가는 축구 전지훈련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제설작업을 하게 될 줄은 수원 구단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오전 내내 코칭스태프의 희생 덕분에 수원 선수단의 훈련은 오후부터 정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수원 관계자는 "그 많은 눈을 언제 다 치우나 했더니 다행히 신체 건강한 선수 출신들이라 웬만한 군인보다 나았다고 한다"면서 "선수들도 코칭스태프의 희생에 감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훈련 초반부터 액땜을 했기 때문일까. 별로 발 맞춘 시간도 없었는데 13일 가진 광운대와의 첫 연습경기에서 4대0으로 이겼다. 대학팀과의 연습경기라 승패에 의미는 없지만 바그닝요 2골에 '화제의 인물' 데얀과 신인 전세진이 첫 경기부터 골을 넣었다. 이들 모두 올시즌 수원의 '뉴페이스'다. 수원이 우여곡절 제주훈련 속에서도 살짝 웃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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