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2017 K리그 FA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렸다. 1차전은 울산이 부산에 2대 1로 승리했다. 부산 이정협이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2.03 |
|
3일 울산월드컵경기장.
사상 첫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울산 현대의 뒤에는 부산의 눈물이 있었다. 지난 10월 황망하게 스승을 떠나보낸 뒤 이를 물고 뛰었다. '승격'과 'FA컵', 故 조진호 감독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두 가지 도전을 완수하겠다는 결의에 충만했다. 하지만 스승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고, 그라운드엔 제자들의 눈물만이 남았다. 고인이 누구보다 아끼는 제자였던 이정협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 이정협은 '한물 간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하며 '슈틸리케호 황태자'라는 타이틀 속에 A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지난해 울산 임대 시절 31경기서 단 4골에 그치는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대표팀에서의 골감각도 사라지면서 질타를 받았다. 임대 생활을 마치고 부산으로 복귀한 올 초 그를 둔 평가는 반반이었다.
조 감독의 믿음이 그를 바꿔놓았다. 울산에서 부진했던 그를 팀의 중심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내성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정협에게 '칭찬 릴레이'를 펼치면서 자신감을 키우게 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정협은 정말 좋은 선수다. 기량을 떠나 축구를 대하는 자세와 열정이 특별한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스승의 믿음 속에 이정협은 시즌 개막과 동시에 7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등 부산의 순항을 이끄는 '키맨'으로 거듭났다. 잃었던 태극마크가 돌아왔고 부산도 승격 가시권에 접어드는 등 반전 스토리가 이어졌다.
이정협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매일 빈소를 지키며 침통함을 드러냈다. 발인 뒤 열린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경기에서도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걸개로 달려가 골 세리머니를 하면서 회한의 눈물을 쏟았다. "감독님의 뜻을 이어 반드시 승격을 이뤄낼 것"이라고 되뇌였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부산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상주에 밀린데 이어 FA컵에서도 울산의 벽을 넘지 못하며 결국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 했다. 승강 플레이오프 및 FA컵 결승 1차전까지 3경기서 부진에 그쳤던 이정협은 결승 2차전에서 종횡무진하면서 '극장골'을 노렸지만, 결과는 무득점이었다.
침통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 나가던 이정협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FA컵) 결승까지 올라왔다. 아무래도 우리에겐 승격(실패)이 더 아쉽다. FA컵보다는 승격을 더 많이 강조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짓던 이정협은 고인을 떠올리며 또다시 눈물을 보였다. "약속을 못 지킨 것에 대해서 되게... 마음 아픈데..."라며 붉게 충혈된 눈으로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른 그는 "끝난 뒤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 감독님이 끝까지 계셨다면 승격과 우승, 둘 중 하나는 이뤄냈을 것"이라며 "(고인의) 가족분들하고도 약속했는데 못지켜서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정협에겐 아픔을 추스를 여유가 없다. 2017년 동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신태용호에서의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 이정협은 이날 부산을 떠나 울산에서 훈련 중인 A대표팀에 곧바로 합류한다. 이정협은 "대표팀에서는 핑계를 댈 수 없다. 내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KBL 450%+NBA 320%+배구290%, 마토토 필살픽 적중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