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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반전' 김정혁 감독 "목포를 웃게 하고 싶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9-26 18:43



"지금까지 슬픔에 빠져있던 목포입니다. 저희가 웃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셔널리그 소속 목포시청은 2010년 창단한 팀이다. 김정혁 감독은 초대 사령탑으로 지금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

목포시청은 내셔널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준우승도 해본 적 없다. 빠르고 조직적인 축구를 하지만, 상위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올 시즌에도 25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8팀 중 5위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FA컵에서도 마찬가지다. 목포시청의 FA컵 최고 성적은 32강(2010~2013년)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팀, 목포시청. 하지만 올해 그들은 '모두가 지켜보는 팀'이 됐다. 목포시청은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4강에 올랐다. 양평FC(32강), 포천시민축구단(16강)을 꺾은 목포시청은 8강에서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성남까지 3대0으로 완파하며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까지 오른 유일한 실업팀이다. 목포시청은 27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명문팀인 울산과 결승행을 두고 다툰다.

기적 같은 4강 진출은 '준비된 반전'이었다. 김 감독은 "5백과 4백을 유연하게 오가며 중원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훈련을 시즌 내내 해왔다. 그게 FA컵서 주효했던 것 같다"며 "밀리는 경기를 할 땐 중원에 6명까지 배치하는 전술도 준비해왔다. 그리고 강팀과의 대결이 많기에 선수, 공 보단 공간 중심의 수비 전략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남 목포를 연고로 하는 목포시청이지만 지역 내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 팀의 존재도 몰랐던 목포 시민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180도 달라졌다. 이제 많은 시민들이 알아본다. 김 감독은 "4강까지 오른 효과가 매우 크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응원을 해주신다"고 했다.

목포시에서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김 감독은 "목포시 관계자 분들도 FA컵을 잘 모르셨다. 그냥 대회인가보다 했다. 어떤 분은 우리가 4강까지 갔다고 하니 '약팀끼리 해서 간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설명 드렸더니 깜짝 놀라셨다"고 말했다.



목포시청의 파란은 지역사회에도 큰 힘을 불어넣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에서 목포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에 연무처럼 서려 있는 집단 감정은 허탈함, 그리고 지독한 슬픔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헤어날 수 없는 망연자실함이었다.

슬픔에 잠긴 목포에 축구가 위로가 되고 있다. '도전자' 목포시청은 시민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김 감독은 "FA컵 4강 진출의 힘은 상상 이상이더라. 우리 팀의 이야기가 뉴스, 기사 등 미디어에 많이 나오면서 시민분들이 '힘내라, 응원한다' 하신다"라며 "목포시 관계자들도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게 우리 팀'이라며 '슬픈 일 말고 웃을 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들 하시더라"라고 했다.

혹자는 "목포시청이 4강이면 할 만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혁과 아이들'은 멈출 생각이 없다. 김 감독은 "4강이면 충분히 좋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기서 만족해선 안된다. 우리는 목포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여기까지 왔다. 슬픔에 젖어있던 목포에 우리가 꼭 웃음을 주고 싶다"며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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