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이 14일(한국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침내 직접 속내를 밝혔다.
엉뚱하게 '진실 공방'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정작 이날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진짜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원하고 있느냐' 였다.
지금까지 히딩크 감독 본인이 아닌 히딩크 '측근'의 말만 나왔기 때문이다. '히딩크 측근'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이 원한다면 한국에서 감독을 하겠다는 생각은 분명하시다"고 전했다. 노 총장은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보낸 문자에서도 ''부회장님~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대감독을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진출 시킬 감독 선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월드컵 본선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후 좀더 많은 지원자중에서 찾는게 맞을 듯 해서요~~~ㅎ'라고 했다. '생각이 있다'. '관심이 있다'고 했지 '직접 하겠다' 혹은 '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히딩크 감독의 이날 발언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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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재단에서 주선한 14일 히딩크 네덜란드 현지 기자회견 . 캡처=Voetbal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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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 참석한 기자들에 의해 쓰여진 기사는 '히딩크 감독이 감독을 원하거나, 혹은 이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이 요지였다. "한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자리든 맡겠다", "감독이든 기술 고문이든 뭐라고 언급하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는 워딩이 활용됐다. 하지만 외신의 보도는 조금 다른 뉘앙스였다. '감독'이 아닌 '조언자' '조력자'의 역할을 더 강조했다. USA투데이의 보도 전문에도 '히딩크 감독이 내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 대표팀을 위해 기꺼이 조언자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히딩크 감독의 영상이 필요했다. 네덜란드 현지 매체 'VoetbalTimes'에서 올린 영상을 직접 듣고 '팩트체크'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한국 기사와 가장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을 용의'를 묻는 질문에 영어로 이렇게 답했다. "Not specific as you were mentioning as a technical director or manager or whatsoever, it is more in advising." 해석해보면 "당신들이 이야기한 테크니컬 디렉터(기술위원장), 감독, 뭐 다른 자리 등등, 그런 것보다는 조언을 해주는 자리에 가깝다"가 된다. "어떤 자리든 맡겠다" "무엇이든 하겠다"는 식의 적극적 의지보다는 한국축구를 사랑하고,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감독으로서 조언하고 돕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해석된다. 위기의 한국축구에 도움이 되는 '조언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정확한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히딩크 '측'이 주장하는 부분과는 '대표팀 감독직' 이야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히딩크 논란의 시작은 히딩크 '측'이 언론을 통해 '대표팀 감독직'에 히딩크 감독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부터다. 이는 지난 이란-우즈벡전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신태용 감독을 향한 불신의 촉매제로 비화됐다. 협회가 히딩크 '측'에 불만을 가진 것도 이때문이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측의 발언은 신 감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만약 당시 히딩크 '측'이 대표팀 '감독'이 아닌 '조언자'로의 역할을 강조했더라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이미 협회는 "기술위원회 및 신태용 감독과 협의해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의 풍부한 경험은 분명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감정 싸움, 진실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이 더 안타깝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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