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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A대표팀 감독(47)은 색깔이 확실하다. 공격축구를 지향하기로 유명한 지도자다. 현역 시절 미드필더 출신답게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통한 공격축구가 트레이드 마크다. 그래서 다양한 공격 패턴 플레이를 만들고 이를 그라운드에 적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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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신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가장 먼저 메스를 댄 곳은 수비진이었다. 이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의 서막을 연 이란전에 내놓은 수비진의 얼굴은 모두 바뀌어 있었다. 김진수(전북)-김영권(광저우 헝다)-김민재(전북)-최철순(전북)으로 구성된 포백 수비라인은 그토록 바라던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이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음에도 최정예 카드를 내민 이란을 맞아 물 샐 틈 없는 수비력을 과시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괴물 신인' 김민재는 후반 38분 어지러움을 호소해 교체되긴 했지만 상대 선수 퇴장을 유도하는 등 제 몫 이상을 하며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모든 조건이 마련된 상황에서도 월드컵 본선행의 마침표를 찍지 못한 이유가 다름아닌 신 감독의 색깔인 공격 부재 탓이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후반 8분 미드필더 에자톨라히(로스토프)가 퇴장당해 수적 우위 속에서도 답답한 공격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공격에 변화를 줄 수 있고 파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체 타이밍도 늦었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홈에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김민재의 교체대상으로 수비수 김주영(허베이 화샤)을 택했다는 부분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상황에서 멀티 능력을 지닌 장현수(FC도쿄)를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중앙 수비수로 내리고 킥력이 좋은 염기훈(수원)과 이근호(강원)를 투입하는 것이 수적 열세에 있던 이란의 벽을 넘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았겠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신 감독은 자신이 공표했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지지 않는 경기'는 했지만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든 것이 걸린 '단두대 매치' 우즈벡전. 압박감이야 이루 말할 게 없겠지만 '이기거나 지더라도 '신태용'답게 축구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상황은 또 다시 변했다. 3위 시리아가 이란을 꺾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한국의 월드컵 본선 자동진출을 위해선 승리가 필요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역사에 남을 경기에 임하는 신 감독은 후회 없는 한 판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이란전에서 드러난 골 결정력 부재를 자신의 공격축구 철학으로 풀어내야 한다.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어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는 신 감독 특유의 도전 정신과 패기가 우즈벡전에 전술과 전략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주위에선 "신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긍정적 시각으로 보면 신중해졌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으로 볼 때는 소심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위기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다'던 신 감독의 대범함이 '지지 않는 경기'라는 틀 속에 파묻혀버린 느낌이다. 우즈벡전에선 '공격 앞으로'만 외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여우의 꾀'가 녹아 있어야 한다.
한국 축구의 향후 4년 운명이 우즈벡전, 벼랑 끝에 설 때까지 왔다는 자체가 부끄럽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 A대표팀을 맡은 신 감독은 또 다시 커리어 하이를 찍을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자신의 스타일을 소신껏, 그리고 마음껏 그라운드에서 쏟아붓기 바란다. 그렇게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길 기대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