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는 영웅을 낳는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지난 30년간 아시아 최초, 최다 '8회 연속 월드컵의 역사'를 썼지만 그 길이 쉬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감독이 수차례 교체되고,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혈투가 끝없이 이어졌다. 한국축구의 미래가 기로에 놓인,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마다, 기적처럼 골망을 흔들며 월드컵 '꽃길'을 활짝 열어준 축구 영웅들이 있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전이 막바지로 들어선 시점, 국민들은 '난세 영웅'의 탄생을 열망하고 있다.
|
|
박주영은 2005년 6월 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밀리던 후반 종료 직전 천금같은 동점골을 밀어넣었다. 쿠웨이트전에서도 잇달아 골맛을 봤다.
|
|
|
이근호에게 월드컵은 시련이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진출의 일등공신이었다. 최종예선에서만 3골을 터뜨리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지만, 정작 월드컵을 앞두고 컨디션이 떨어졌다.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며 분루를 삼켰다. 와신상담했다. 2012년 K리그 울산으로 돌아온 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브라질월드컵 예선 카타르 원정에서 2골, 홈경기에서 1골을 넣는 등 예선전에서 4골을 터뜨렸다. 이근호는 2014년 6월 18일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천금같은 선제골을 터뜨리며 아픔을 훌훌 털어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손흥민? 이동국? 황희찬?
손흥민은 이란전을 앞두고 스스로 "영웅이 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30일 아시아축구연맹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영웅이 되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축구를 할 때는 동료를 도와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다. 한국에서 영웅이 되고 싶다. 앞으로 더 큰 걸음을 내딛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은 4년전인 2014년 3월 26일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2대1 승)에서 후반 추가시간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바 있다.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눈물을 펑펑 쏟던 손흥민의 모습도 기억한다. 눈물을 거두고 새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1979년생, '만38세의 골잡이' 이동국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스트라이커다. 이동국에게도 4번의 월드컵은 비운과 시련이었다. 열아홉살에 첫 출전한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의 대포알 슈팅은 짜릿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십자인대 파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절치부심끝에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 후반 43분 회심의 슈팅이 빗나가며 또 한번의 아쉬움으로 기록됐다. "내가 생각한 월드컵은 이런 게 아니었다"는 말을 남겼던 이동국이 돌아왔다. '오둥이'와 함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제목처럼 최종예선의 끝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외칠 수 있길 기대한다.
31일 이란전에서 '원톱'으로 나선 패기만만한 '1996년생 공격수' 황희찬 역시 첫 월드컵의 길을 스스로 여는 영웅을 꿈꾼다. 2006년의 박주영, 2014년의 손흥민이 그러했듯 '막내 공격수'가 난세의 영웅, 한국축구의 희망이 되어주길 팬들은 소망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