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이란 A대표팀 감독은 경기전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정보를 단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신태용 감독(47)은 정보 노출을 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64·포르투갈 출신)은 상대팀에 대해 오글거리는 립서비스를 쏟아낸 후 정작 이란 팀 정보는 꽁꽁 숨겼다. 둘다 애칭 '여우' 다웠다.
현재 태극호의 유럽파 손흥민(팔)과 황희찬(무릎)은 몸상태가 100%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두 선수의 이란전 출전 여부가 베스트11을 짜는데 큰 변수다. 신 감독은 "(손흥민, 황희찬) 애매하다. 두 선수의 선발 명단 포함 여부는 내일 경기장에 오시면 알게 될 것이다. 언론에서 우리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 (이란이) 우리 팀을 파악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다. 내 스타일은 아닌데 선발 명단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예측불허 전술과 용병술에 대해서도 "현재 답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난 놈' 신태용 감독은 그동안 경기전에 자신의 '패(베스트11)'를 깐 후 정면승부를 펼치는 편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두고 절체절명의 상황이라 이번 이란전에선 자신의 스타일을 자제하고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신 감독은 "이란을 어떻게 공략할 것이냐"는 질문에 "상대를 어떻게 부수겠다고 얘기하면 상대 감독이 우리가 준비한 걸 알게 된다. 이란은 장점이 많다. 역습과 수비를 잘 한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선수들과 오랜 시간 손발을 맞췄다. 이란 선수들은 신체조건도 좋고 힘도 강하다"고 대답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1년 이란을 맡은 후 7년째 함께 하고 이다.
신 감독 보다 17세 많은 케이로스 감독은 기자회견 분위기를 주도했다. 한국 축구와 미디어를 행해 의도적으로 립서비스를 쏟아냈다. 그는 4년전 한국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서 승리한 후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다. 한국 축구팬들은 그런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 케이로스 감독에게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케이로스 감독은 이번 내한에서 훈련장 상태가 안 좋다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100명이 넘는 미디어 앞에 앉은 그는 "미디어의 관심을 보니 이번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 같다. 왜 한국이 월드컵 4강, 아시안컵 우승, 올림픽 동메달 성적을 냈는데 알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좋은 팀이다. 한국전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고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상대팀을 존중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둘 중 어느 팀과 본선에 나가고 싶냐"는 질문에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둘다 존중한다. 누구와 나가고 싶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럼 한 친구를 잃게 된다. 최고의 팀이 월드컵 본선에 나갈 것이다. 축구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중요한 이란전 정보는 공개하길 꺼렸다. "내일 깜짝 선발 출전하는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일 가봐야 알 것이다"고 했다. "좋은 수비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게 뭐냐"고 묻자 "수비와 공격은 한쪽만 생각할 수 없다. 다 함께 희생하고 함께 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과 이란 대표팀의 장단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지금은 말할 시점이 아니다. 경기 마치고 기회되면 하자"고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신태용 감독으로 지휘봉이 넘어간 한국 A대표팀의 정보를 많이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신태용 감독이 색다른 경기력을 보여줄 것 같다. 한국은 홈에서 강한 득점력을 갖고 있다. 물론 실점도 있다. 한국은 이번에 죽기살기로 할 것이다. 우리도 무실점 무패를 이어가고 싶다. 내일 경기가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대표팀 퇴출설이 돈 공격수 쇼자에이를 이번 내한에 데려오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립서비스를 쏟아낼 때와는 완전히 딴판으로 둔갑, 질문한 기자에게 역질문까지 했다.
파주=전영지 노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