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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전력이 아니라서 아기자기한 공격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감한 중거리슛을 주문할 생각입니다."
제주는 초반 세징야와 에반드로를 앞세운 대구의 공세에 끌려다녔다. 이런 분위기를 바꾼 것이 중거리포였다. K리그 최고 수준의 킥력을 가진 이창민이 선봉에 나섰다. 도움닫기 없이 때려도 강력한 이창민의 중거리포는 정평이 나있다. 선제골도 이창민의 중거리슛에서 출발했다. 전반 14분 이창민이 수비를 한명 제친 후 때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한참 동안 골대가 흔들렸을 정도로 강력한 슈팅이었다. 맞고 흐른 볼을 진성욱이 뛰어들며 멋진 발리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중반 김선민과 에반드로에게 결정적 기회를 내주며 흔들리던 제주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도 중거리슛이었다. 전반 45분 김원일이 수비에서부터 올라오며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절묘한 궤적을 그린 볼은 조현우 골키퍼를 넘어 대구 골문 구석을 갈랐다. 사실상 승부를 가른 골이었다.
대구는 후반 새롭게 영입한 주니오까지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마무리에서 아쉬웠다. 특히 과감한 돌파 후 날리는 슈팅의 정확도가 좋지 않았다. 반면 후반 수비를 두텁게 한 제주는 역습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때도 마무리는 중거리포였다. 마그노, 진성욱 안현범이 침투한 후 뒤로 내주면 윤빛가람과 이창민이 지체없는 슈팅을 날렸다. 이같은 제주의 중거리포는 또 다른 효과를 낳았다. 대구는 외국인 트리오와 김선민이 나선 1, 2선은 위협적이었지만 상대의 중거리슛을 의식한 3선까지 올라오지 못하며 공격의 위력이 반감됐다. 설상가상으로 대구는 후반 18분 얻은 페널티킥이 비디오판독 결과로 무산되면서 영패를 면하지 못했다.
서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