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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호날두' '대관령 테베즈'… 최근 K리그 그라운드에는 유쾌한 별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라운드를 호령하는 빅리그 스타플레이어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별명만 들어도 플레이스타일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여기에 외모, 헤어스타일 등 하드웨어 싱크로율도 높다보니 슬몃 웃음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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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 7번, 환상적인 볼 터치와 골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에, 바짝 세운 앞머리, 2대8 가르마, 가무잡잡 외모까지 빼닮았다. K리그 팬들은 그를 '수원 호날두'라 부른다. (대구 시절엔 '달구벌 호날두'라 불렸다.)
'수원 호날두' 조나탄은 15일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포항전에서 인천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렸다. 인천전 멀티골로 수원 구단 사상 최단기간 30골 기록을 쓰더니, 수원의 3연승을 이끌었다. '투톱' 염기훈과 주거니 받거니 포인트를 올리며 한여름 수원의 상승세를 '하드캐리(힘든 상황에서 맹활약해 팀을 승리로 이끈다는 뜻의 게임용어)'하고 있다. 지난 14일 3년 계약, 완전이적을 확정한 후 '수원맨' 조나탄의 발끝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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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심장' 이근호는 강원 팬들로부터 '대관령 테베즈'라는 별명을 선물받았다. 이근호는 "테베즈를 워낙 좋아했다"면서 유쾌한 별명에 반색한다.
풍부한 활동량, 강력한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저돌적인 돌파와 드리블이 테베즈를 빼닮았다.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는 공격수지만 수비에도 적극 가담한다. 강한 승부욕으로 수비시에도 강력한 압박으로 볼을 기어이 빼앗아내는 '캡틴'의 헌신은 팀에 지지않는 투혼을 불어넣는다.
이근호의 축구는 포기를 모르는, 강인한 축구다. 매경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달리고 또 달린다. K리그 팬들이 이근호의 태극마크를 강력하게 염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시즌 20경기에 나서 5골 3도움을 기록중이다. K리그 통산 215경기 64골 34도움으로 40-40 클럽 가입도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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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생 대구 수문장 조현우의 별명은 '대헤아'다. '대구의 데헤아'라는 뜻이다. 선방의 아이콘, 스페인 대표팀, 맨유 주전 골키퍼 데헤아를 빗댄 센스만점 작명이다.
조현우는 올시즌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시민구단 대구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K리그 총 127경기에 출전했고, 올시즌 18경기에 나섰다.
지난 8일 인천 원정에서 잇단 슈퍼세이브, 100%의 선방으로 0대0 무승부를 이끈 후 '대헤아'라는 별명이 화제가 됐다. '맨 오브 더 매치(MOM)', 19라운드 베스트11의 영예를 안았다. 12일 울산에게 1대3으로 패한 후 15일 전남 원정에서 3대4로 패하며 2연패를 기록했지만, '대헤아'를 향한 안드레 감독 대행과 대구의 믿음은 굳건하다.
조현우는 '대헤아'라는 별명에 대해 "대헤아가 아니라 대구의 조현우로 남고 싶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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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고 시절부터 이종호는 '광양루니'로 통했다. 전남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였던 그는 전북 이적 후엔 '봉동루니'로 불리더니 울산 유니폼을 입고는 '울산루니'로 불린다. 나이를 먹고, 팀이 바뀌어도 '루니' 별명은 그를 계속 따라다닌다.
중학교 시절부터 웨인 루니는 이종호가 가장 좋아하는 공격수이자 롤모델이었다.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최전방, 측면, 미드필드까지 '씹어먹는' 왕성한 활동량, 패스, 프리킥, 드리블, 헤딩 등 공격수의 모든 것을 갖춘 전천후 스트라이커의 길을 끊임없이 꿈꾸고 도전하고 노력해왔다.
프로 7년차인 올해 울산에서 18경기에 나서 3골3도움을 기록중이다. 전남 시절부터 눈빛 호흡을 맞춰온 오르샤와 울산의 공격라인을 책임진다. 팬 서비스를 위해 거울을 보며 고안해냈다는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는 울산 팬들이 고대하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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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K리그 클래식 영플레이어상에 빛나는 '리그 3년차' 안현범은 '제주 베일'로 통한다. 동국대 시절 'U리그 베일'로 통했던 별명이 프로 무대에 그대로 따라왔다.
측면을 치고 달리는 맹렬한 '치달', 속이 뻥 뚫리는 드리블 돌파와 마무리 능력이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을 연상시킨다. 윙백과 윙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의 자질도 갖췄다. 이창민, 이은범, 진성욱 등 '스피드 레이서'들과 빛의 속도로 함께 내달리며 상대팀을 압도한다.
과거에 비해 특징이 뚜렷한 선수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하는 K리그에서 1994년생, 스물세살 안현범은 보석같은 존재다. 측면을 허물고 달리는 그의 번뜩이는 존재감은 매경기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시즌 18경기에서 1골2도움을 기록중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