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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비디오판독시스템) 도입이 본격화되니 이색기록이 나오기 시작한다.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 대구는 VAR와 관련한 이색기록을 쏟아냈지만, 실속은 퇴장의 열세에도 3대1로 완승한 울산이 챙겼다.
대구 VAR 이색기록 '좋다 말았네'
이런 무더위에서의 승부는 선제골이 능사다. 선실점으로 쫓기는 쪽의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고, 무더위에서 더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선제골의 이점을 먼저 잘 노렸다. 경기 시작부터 라인을 끌어올린 울산은 7분 만에 웃었다. 수비수 이명재가 상대 진영 좌중간에서 길게 올린 크로스를 문전의 박용우가 머리로 방향을 살짝 바꾸며 골망을 갈랏다.
한데 울산은 좋다가 말았다. 대구에게는 VAR와의 기묘한 인연이 있었다. 24분 울산 수비수 최규백이 아크 지점에서 에반드로의 문전 쇄도를 막기 위해 어깨로 밀어 넘어뜨렸다가 파울 판정을 받았다. 주심은 당초 옐로카드를 꺼내든 뒤 비디오판독을 시작했다. 1분 뒤 내려진 판정은 옐로카드가 아닌 레드카드였다. 이어진 프리킥 찬스에서 세징야의 직접 슈팅이 골그물 왼쪽 구석을 파고들었다. 비디오 판독으로 인해 판정이 바뀌어 직접 퇴장된 첫 사례였다. 더구나 대구는 지난 19라운드 인천전에서도 VAR 덕에 상대 선수를 퇴장시킨 바 있다. 인천 김동석이 후반 3분 대구 수비수 김진혁에게 과격한 태클을 했고 주심이 VAR 판독의 힘을 빌어 퇴장을 선언한 것. 단일팀이 2경기 연속 VAR 판독 상황을 맞은 것도, 판독 모두 퇴장으로 이어진 것도 최초 기록이었다.
VAR 실점에 호랑이가 화났다
VAR로 인한 이색기록은 대구의 몫. 그것으로 끝이었다. 실속은 울산이 챙겼다. VAR로 허망하게 동점을 허용한 울산은 최규백의 빈자리를 위해 박용우를 센터백으로 내린 뒤 수적인 열세로 인해 좀처럼 라인을 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대구는 공세의 강도를 높였지만 레오의 슈팅이 번번이 빗나가고, 울산 조수혁 골키퍼의 슈펴세이브에 막히는 등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했다. 그만큼 힘도 더 빠졌다. 상대의 허점을 간파한 김 감독은 후반에 돌변했다. "머릿수 적다고 만만해?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전방 압박 강도를 높였다. 후반 16분 수비수 이지훈 대신 김인성을 투입할 정도로 소극적인 운영을 거부한 울산은 1분 만에 결실을 맺엇다. 문전에서 볼을 잡은 이종호가 재치있게 빼준 것을 정재용이 여유있게 툭 찍어차며 마무리했다. 이후 경기는 어느 쪽이 10명인지 모를 정도로 전개됐고 대구의 재반격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되레 울산은 후반 인저리타임 오르샤의 프리킥 골까지 더하며 수적 열세에도 불구, 완승을 거뒀다. 대구는 2경기 연속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이기지 못하는, 또 다른 이색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