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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1시 30분, 신태용 신임 A대표팀 감독(47)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기헌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였다. "신 대감, 나랑 좀 만나야겠어." 신 감독은 실망했다. "내가 뽑히지 않았구나." 사실 다른 사람의 전화를 기다렸다. 한국 축구의 '특급 소방수' 선정 작업을 끝낸 김호곤 협회 기술위원장의 전화였다. 그런데 1시간 뒤 전화벨이 울렸다. 또 다시 안 전무의 전화였다. 신 감독의 뇌리를 강타하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뽑혔구나." 신 감독은 6일 국가대표팀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에서 "감독으로서는 국가대표 감독이 마지막 꽃이지 않나. 안 전무님을 만나러 나가면서도 언질을 받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내가 뽑혔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신태용 화이팅! 잘했어'라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사욕도 내려놓았다. 신 감독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 승리와 본선 진출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신 감독은 "사실 대표팀 감독이 되면 계약기간이 중요하다. 그러나 계약기간보다 9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해야 한다는 것을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성과를 내면 더 좋은 계약기간이 따라오지 않을까. 남은 두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젠 신 감독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우선 코칭스태프 구성이 화두다. 슈틸리케호 당시 잦은 코치진 변화도 '독'이 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신태용호에서 코치 선임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빈 자리는 2~3자리다. 기존 정해성 수석코치는 후배를 배려해 자진사퇴했다. 파견 형식이었던 설기현 코치도 성균관대 감독으로 돌아갔다. 다만 대표팀 코치직 유지는 가능할 수 있다. 여기에 골키퍼 코치 변화도 감지된다. 신 감독은 "코치는 감독 보좌보다는 감독과 같이 갈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그리고 코치진부터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에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감독이 생각하지 못한 전술, 전략 그리고 조언도 할 수 있는 코치를 뽑을 것이다.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코치를 발탁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 장쑤에서 코치를 경험한 김남일 코치 영입에 대해서는 "내 머리 안에 있는 코치 중 한 명"이라며 "나와 올림픽, 20세 이하 월드컵을 함께 경험한 전경준도 좋은 코치다. 여러 풀을 가동해 코치진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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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축 선수들의 부상 회복 여부도 관건이다. 주포 손흥민(토트넘)과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수술 이후 재활 중이다. 신 감독은 "손흥민 기성용과 직접 통화를 했다. 재활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명단에는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들을 발탁할 것이다. 두 선수가 올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해서 유망주를 당장 쓸 수 없다. 월드컵에 진출하고 나면 자연스런 세대교체를 위한 부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소통 부재'를 털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신 감독은 이 부분에 공감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지금 대표팀이 소통이 안된다고 하는 부분에서 무엇이 소통이 안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코치로 있을 때는 소통이 잘 됐다"고 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는 언어적 소통에서 문제가 있었지 않나. 그러나 선수들간 큰 문제는 없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눈높이를 맞춰내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태용호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해외파라면 A대표 발탁이 당연했던 시절은 지나갔다. 신 감독은 "반드시 해외파라고 해서 뽑힐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당시 상황에 따라 최고의 기량과 경기력, 설사 경기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꼭 필요한 선수라면 뽑을 것"이라며 힘주어 얘기했다. 특히 "이 선수가 신태용 축구에 맞다고 하면 뽑을 것이다. '경기도 뛰지 못하는데 왜 뽑았냐'고 물으면 그 선수가 전술, 전략에 맞다고 얘기할 것이다. K리거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선수들을 망라해서 남은 두 경기를 이길 수 있는 좋은 선수를 뽑을 것"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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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