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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욕' 내려놓은 신태용, 선수로 못 이룬 꿈 감독으로 꾼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7-06 16:52


신임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제6차 기술위원회 에서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신태용 감독은 오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계약을 맺었으며, 최종예선 A조 3위가 되어 플레이오프를 치르더라도 대표팀을 지휘할 계획이다. 신문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지난 4일 오후 1시 30분, 신태용 신임 A대표팀 감독(47)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기헌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였다. "신 대감, 나랑 좀 만나야겠어." 신 감독은 실망했다. "내가 뽑히지 않았구나." 사실 다른 사람의 전화를 기다렸다. 한국 축구의 '특급 소방수' 선정 작업을 끝낸 김호곤 협회 기술위원장의 전화였다. 그런데 1시간 뒤 전화벨이 울렸다. 또 다시 안 전무의 전화였다. 신 감독의 뇌리를 강타하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뽑혔구나." 신 감독은 6일 국가대표팀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에서 "감독으로서는 국가대표 감독이 마지막 꽃이지 않나. 안 전무님을 만나러 나가면서도 언질을 받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내가 뽑혔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신태용 화이팅! 잘했어'라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신 감독의 화려한 현역 시절 '옥에 티'는 월드컵 무대를 한 차례도 밟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성남 일화 '원 클럽맨'으로 뛰면서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 대회의 월드컵을 TV로만 지켜봤다. 신 감독은 "쉰 살이 다 돼가는데 월드컵에 못나간 게 한이었다. 그래서 선수로서 못나간 무대를 감독으로 나가서 선수 때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2002년 4강 신화와 2010년 사상 첫 원정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 때 못했던 경험을 감독으로 높이 비상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환한 웃음과 함께 밝힌 신 감독의 취임일성은 간단, 명료했다. "힘든 시기에 A대표팀 감독을 맡게됐다.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이 한 몸 불사르겠다."

사욕도 내려놓았다. 신 감독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 승리와 본선 진출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신 감독은 "사실 대표팀 감독이 되면 계약기간이 중요하다. 그러나 계약기간보다 9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해야 한다는 것을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성과를 내면 더 좋은 계약기간이 따라오지 않을까. 남은 두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젠 신 감독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우선 코칭스태프 구성이 화두다. 슈틸리케호 당시 잦은 코치진 변화도 '독'이 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신태용호에서 코치 선임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빈 자리는 2~3자리다. 기존 정해성 수석코치는 후배를 배려해 자진사퇴했다. 파견 형식이었던 설기현 코치도 성균관대 감독으로 돌아갔다. 다만 대표팀 코치직 유지는 가능할 수 있다. 여기에 골키퍼 코치 변화도 감지된다. 신 감독은 "코치는 감독 보좌보다는 감독과 같이 갈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그리고 코치진부터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에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감독이 생각하지 못한 전술, 전략 그리고 조언도 할 수 있는 코치를 뽑을 것이다.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코치를 발탁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 장쑤에서 코치를 경험한 김남일 코치 영입에 대해서는 "내 머리 안에 있는 코치 중 한 명"이라며 "나와 올림픽, 20세 이하 월드컵을 함께 경험한 전경준도 좋은 코치다. 여러 풀을 가동해 코치진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 가지 변수를 뛰어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짧은 소집기간이다. 다음달 28일 소집하는 신태용호는 3일간 훈련한 뒤 이란과 최종예선 9차전을 치러야 한다. 신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2014년 9월 감독대행으로 두 경기를 치르면서 대표 선수들은 최고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때문에 좋은 전술, 전략을 주입하면 빠른 시간 안에 선수들이 잘 빨아들일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허락되지 않은 시간을 빼낼 수는 없다. 짧은 시간에 우리 축구를 할 수 있게 선수들에게 강하게 주입시키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회복 여부도 관건이다. 주포 손흥민(토트넘)과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수술 이후 재활 중이다. 신 감독은 "손흥민 기성용과 직접 통화를 했다. 재활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명단에는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들을 발탁할 것이다. 두 선수가 올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해서 유망주를 당장 쓸 수 없다. 월드컵에 진출하고 나면 자연스런 세대교체를 위한 부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소통 부재'를 털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신 감독은 이 부분에 공감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지금 대표팀이 소통이 안된다고 하는 부분에서 무엇이 소통이 안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코치로 있을 때는 소통이 잘 됐다"고 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는 언어적 소통에서 문제가 있었지 않나. 그러나 선수들간 큰 문제는 없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눈높이를 맞춰내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태용호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해외파라면 A대표 발탁이 당연했던 시절은 지나갔다. 신 감독은 "반드시 해외파라고 해서 뽑힐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당시 상황에 따라 최고의 기량과 경기력, 설사 경기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꼭 필요한 선수라면 뽑을 것"이라며 힘주어 얘기했다. 특히 "이 선수가 신태용 축구에 맞다고 하면 뽑을 것이다. '경기도 뛰지 못하는데 왜 뽑았냐'고 물으면 그 선수가 전술, 전략에 맞다고 얘기할 것이다. K리거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선수들을 망라해서 남은 두 경기를 이길 수 있는 좋은 선수를 뽑을 것"고 재차 강조했다.


신 감독은 부탁으로 취임식을 마감했다. "위기다. 절대적이다. 그러나 위기보다는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A대표팀 감독으로서 이제 시작이다. 우리 선수들이 아시아에선 절대 뒤지지 않는다. 실수 하나로 의기소침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란전과 우즈벡전을 지면 질타를 받겠다. 그 전까지는 힘을 많이 실어줬으면 좋겠다." '여우' 신 감독의 발언에는 화끈함과 절실함이 공존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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